신정아씨 학력 위조 사건과 관련,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미술 사랑이 관심을 끌고 있다. 변 실장의 유별난 미술 사랑이 그와 신씨 사이의 연결 고리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 그 중에서도 회화에 대한 변 실장의 특별한 관심과 깊은 조예는 널리 알려져 있다. 기획예산처 장ㆍ차관, 청와대 정책실장 등 인사가 날 때마다 그의 프로필에는 늘 ‘미술 애호가’, ‘취미는 그림 그리기’라는 설명이 붙었다. 기획처의 한 간부는 “변 실장은 직원들에게 ‘원래 미대 진학을 생각했었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기획처 장관 시절엔 집무실에 스케치북을 갖다 놓고 틈틈이 취미를 즐겼고, 주말엔 시간이 나는 대로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는 게 낙이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자신의 청와대 사무실도 온통 미술품으로 꾸며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된 일화도 적지 않다. 2005년 1월 기획처 장관 취임사에서 그는 틀에 박힌 고사성어 대신 ‘바르비종파 화가 밀레’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밀레가 실내에서 귀족만을 그리던 당시 화풍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일하는 서민들을 그려 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듯 기획처도 ‘바르비종파적인 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장관 취임 직후인 2005년 2월에는 기자간담회를 이례적으로 미술전이 열리던 예술의 전당에서 갖기도 했는데, 기자들은 전시 작품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술에 대한 변 실장의 감각은 현재 기획처가 사용하고 있는 부처 상징(MIㆍMinistry Identity) 탄생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2005년 장관 시절 조직개편과 함께 새 MI 제작을 지시했는데, 화려한 원색과 파격적인 디자인의 시안이 너무 튄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장관의 의지 덕분에 최종 확정됐다. 기획처 MI는 이후 민간 전문지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변 실장은 미술은 물론, 대학 시절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예술가적 소질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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