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된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 3만1,000여명 가운데 3%가 좀 넘는 1,000여명의 학위가 가짜로 밝혀졌다.
특히 미국 박사 소지자의 6.6%는 미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비인가 대학’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도 언론에 문제가 돼 위법 혐의가 있는 일부 유명인사의 학력 위조 사건은 물론이고 해외 비인가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100여명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이번 학술재단 조사 결과는 개개인의 학위를 일일이 검증한 결과가 아니라, 학위 발급 기관의 성격이나 수준 등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구체적인 조사를 해 보면 엉터리 학위의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 개인의 거짓말 내지는 사기 행각, 학벌위주 사회의 부작용 등 여러 가지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대학이나 기업 등 채용 기관의 책임 회피와 무능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자기네가 필요한 인력을 뽑으면서 최소한의 검증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자체로 학위 검증을 하기 어려우니 국가나 준 국가기관에서 검증을 대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학위나 교수 채용에 대해 검증하거나 관여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모두가 대학이나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이다. 국가는 특정인이 공ㆍ사문서를 위조했거나 사기를 친 혐의가 있을 경우에만 나설 뿐이다.
특히 굴지의 대학들이 외국 학위는 검증이 어렵다고 울상을 짓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굳이 해당 학교에 질의를 하거나 지도교수에게 확인을 하지 않아도 교수 채용시 1시간만 제대로 면접을 하면 진위를 쉽게 알 수 있다.
지도교수에게 어떤 식으로 지도를 받았는지, 학위 논문 내용 중에서 저자의 독특한 의견이 있다면 그 논거는 무엇인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바로 드러난다. 이러한 최소한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고 국가가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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