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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비보이쇼" 벽안 눈못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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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비보이쇼" 벽안 눈못떼다

입력
2007.08.2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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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5시(현지시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국 공연 <브레이크 아웃> 의 스태프들이 공연 시작을 눈앞에 두고 매진을 알리며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공연의 매진은 지난 4, 11, 18일에 이어 이날이 네 번째로, 마지막으로 열린 25일 공연까지 모두 5차례 매진을 기록했다.

5~25일 프린지 페스티벌 최대 규모 극장인 어셈블리 홀(840석)에서 공연된 <브레이크 아웃> 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페스티벌 첫 진출 작품으로는 상당한 수준인 85%(유효좌석 640석 기준)였다.

지난 4월 ‘익스트림 댄스 코미디’를 표방하며 런던 피콕 극장에서 초연한 <브레이크 아웃> 은 <점프> 의 제작사 예감과 세븐센스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한국 공연명은 <피크닉> 이다. 5명의 죄수들이 탈옥하는 과정을 비보이 댄스로 풀어냈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20~30분에 한번씩은 큰 웃음을 끌어낸 이 공연에 대한 에든버러 현지 관객의 반응은 매표 상황에서 나타나듯 열광적이었다. 공연을 관람한 다렌 파히(22)씨는 “쇼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길거리 홍보를 접하고 관람하게 됐다”면서 “아주 눈부신(brilliant) 쇼”라고 칭찬했다.

그는 “당장 친구에게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극장을 운영 중인 루츠 다이징어씨는 “죄수를 주인공으로, 순수한 사랑의 감동을 객석까지 전해주는 느낌이 훈훈한 작품”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날 오전 어셈블리 오로라 노바 극장. 이곳에서도 한국 공연작에 대한 열기는 어셈블리 홀과 비슷했다. 축제기간 헤럴드 엔젤상과 피지컬 시어터상 등을 수상한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 은 공연 시간이 오전 10시 30분임에도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게오르그 뷔히너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의자를 단순 소품이 아닌 권력과 심리의 상징으로 잘 활용해 페스티벌 초반부터 화제가 됐다. <보이첵> 을 관람한 독일인 마이클 칼렌바흐(58)씨는 “무용과 연극, 음악, 마임의 완벽한 조화가 놀랍다”면서 “한국어 공연인데도 이해에 어려움이 없을 만큼 훌륭한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에든버러 영화제 참석차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이날 공연장에 모습을 나타낸 영화감독 박찬욱씨는 “<보이첵> 은 영화, 희곡 등 여러 장르로 이미 나와 있지만 이처럼 새롭고 독특하게 표현한 제작진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국 공연 단체는 총 12개. 그 중 <브레이크 아웃> <보이첵> <비나리> 등 여섯 작품은 한국 공연 예술의 해외지원을 돕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았다. 나머지 6개 자유진출단체를 포함, 한국 참가팀들은 무용, 연극, 비보이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선보였다.

비보이 퍼포먼스는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총감독 존 모건 역시 “한국 작품들에는 서구 문화와 한국 전통문화가 놀랍도록 잘 조화돼 있다”면서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국내 공연 관계자들은 에든버러 현지의 이런 반응을 반기면서도 국내 공연계의 분위기 쇄신과 세계 공연시장의 새로운 흐름에 대한 파악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보이첵> 의 최석규 프로듀서는 “한국은 현재 공연계 흐름을 주도하는 사실주의 경향이 지나치게 강해 보이첵 같은 신체극 등이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면서 “다양성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사람과 작품이 설 자리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한국에서 현대극 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의 가장 큰 의미를 세계시장 내에서의 위치를 파악하는 계기판으로 삼는 데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점프> 와 <브레이크 아웃> 으로 3년 연속 이 페스티벌에 참가한 예감의 김경훈 대표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어떤 시장을 주목해야 우리가 세계 1등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힌트를 주는 무대”라면서 “단순히 콘텐츠만 개발할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제작방식과 절차 전체를 함께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아웃> 은 내년 상반기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투어 공연을 마친 뒤 9월 런던 피콕 극장 무대에 다시 올라갈 예정이다.

에든버러=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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