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화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 이른바 ‘의원들의 보고’ 이야기다. 의원들이 선거 아이디어 등을 보고할 때 이 후보는 “이건 뭐지?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고 끝까지 꼬치꼬치 캐 묻는다.
신경을 곧추세운 이 후보의 날선 질문에 의원들은 ‘심기를 잘못 건드렸나 보다’라고 생각,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적당히 얼버무린다. 괜히 권력자가 싫어하는 이야기를 계속하면 본전도 못 건진다는 ‘여의도식 생존법’이다. 그러나 이는 이 후보의 화법을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한다.
한 측근은 “이 후보가 꼼꼼히 따져 묻는 것은 그만큼 그 사안에 관심이 많기 때문인데 의원들은 그걸 모른다”고 혀를 찬다. 만약 이 후보가 관심이 없는 사안이라면 딴 데를 보거나 다른 것을 묻는다고 한다.
이명박 후보의 화법은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이다. 또 오랜 기업생활로 언어에도 경제논리가 배에 있고, 이런 발언들이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온다.
지난 4월 인도 뱅갈로드의 삼성전자 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의 일화 한 토막. 현장을 시찰 온 이 후보에게 삼성측 관계자는 휴대폰 분실하면 즉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자랑삼아 보고했다. 바로 뒤이은 이 후보의 진지한 응답. “그러면 핸드폰을 많이 못 팔잖아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요.”
이 후보는 연설을 할 때는 원고를 거의 보지 않는다. 메모만 참고해 즉석 연설을 더 즐기는 스타일이다. 경험과 에피소드를 섞어 말하는 것도 좋아한다. “제가 해 봤는데 이렇더라”, “할 수 있습니다”는 식의 말을 거의 빼놓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핵심을 앞에서 말하기 보다는 온갖 경험담과 묘사를 섞은 뒤 간신히 결론이 나오거나 이마저도 생략되기도 한다. 이 후보가 강연을 하면 청중들의 호응이 큰 반면 시간제약이 있는 TV토론 등에선 약점을 보이는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지나친 직설적 화법 때문에 설화가 잦은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 ‘70,80년대 놀면서 빈둥빈둥 혜택받은 사람’,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이야기 할 자격이 있다’는 발언 등 말실수가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경험과 경제논리를 강조하는 ‘이명박 화법’을 고려하면 단순한 실언이기 보다는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 솔직하게 튀어나온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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