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중국 옌지(延吉)에서 젊은 여성 안내원에게 혼난 적이 있다. 계획적인 사회주의 국가라면 도시를 깨끗이 가꿨을 법한데, 거리가 정돈이 안 되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지저분했다.
실망감을 전하니 그가 정색을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회발전에는 단계가 있는 거예요.” 순간, 나의 하찮은 우월감과 교만이 부끄러웠다. 또한 모범적으로 교육 받았을 듯한 그의 사회발전에 대한 무장된 논리와 확고한 믿음 앞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서울에도 여기저기 지저분한 곳이 있었다. 다만 내가 그의 경우였다면 그렇게 모질게 쏘아붙이지는 않고, 인정할 것은 인정했을 듯하다. 최근 서울시가 25곳의 ‘디자인 거리’를 2010년까지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간판과 보도블록, 표지판 등의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시범적으로 몇몇 거리를 아름답게 가꾸겠다는 것이다.
언필칭 ‘6백년 고도(古都)’인 서울에는 아직도‘걷고 싶은 거리’보다는 ‘걷기 꺼림칙한 거리’가 더 많다. 지금까지의 성과로 보아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일단 시의 개선의지를 지켜보고 싶다.
▦ 도시 뿐 아니라 농촌도 바뀌어야 한다. 여름 휴가철도 끝나 가는 지금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경제적 이유로 농촌을 고쳐야 할 사정은 절박하다. 유럽의 농촌은 1990년대 이후 활발한 관광시장으로 전환했다.
우리 민박집은 규모와 시설에서 비교가 안 된다. 대표적 예로 프랑스의 지트(GITE)를 들 수 있다. 은퇴농이나 농촌지역 은퇴자들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시작한 지트는 농가주택을 개량하여 숙박위주의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4만여 개의 지트시설이 있으며 매년 2,000개씩 늘고 있는데, 3분의 1을 은퇴농이 운영한다.
▦ 포도재배 등 농촌체험교육과 외식산업, 숙박 등을 함께 맛보는 바프(BAF)는 프랑스 농촌회의소가 주축이 된 네트워크에 의해 운영된다. 일본에서는 1995년 일명 그린투어리즘법이 제정되어 유럽의 경험에서 배우고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 농협도 ‘팜 스테이’를 시작한 후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등이 동네를 도시인에게 개방하고 있으나, 아직 사회적 호응은 높은 편이 아니다. 국토의 서정과 관광자원화를 위해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때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