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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의 곤니치와] 일본, 애들보다 애완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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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의 곤니치와] 일본, 애들보다 애완동물

입력
2007.08.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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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애완동물의 천국이다. 동물학대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애완동물에 대한 일본인들의 지극정성은 때때로 “동물이 사람보다 상팔자”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이다.

40도가 넘는 폭염이 극성을 부렸던 이번 여름, 도쿄(東京) 시부야에는 더위에 스트레스를 받은 애완동물을 위한 산소캡슐 업소가 문을 열었다. 30분 당 2,000엔을 받는 이 곳은 지난달 개업한 이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여행 등으로 집을 비울 때 애완동물을 맡아주는 동물호텔도 호황이다. 나리타(成田) 공항 내 한 애완동물 호텔은 1박에 2만엔 하는 스위트룸도 이달 들어 계속 만실이라 방을 구하기 어렵다.

특히 활기를 띠고 있는 곳은‘강아지 유치원’이다. 말 잘 듣고, 예의 바른 강아지를 만든다는 영업 목표를 내걸고 수년 전 처음 등장한 후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강아지를 좀 더 똑똑하게 키우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수십종의 지능(IQ)개발용 장난감과 IQ측정용 DVD가 판매되고 있다.

이 DVD는 ‘화면에서 갑자기 사이렌이 울릴 경우 어떻게 반응하는가’ 등 15개 항목을 테스트한 후 개의 IQ와 성격을 진단해 준다. 개ㆍ고양이 용 새해 도시락 등 호화판 먹이와 고양이를 종업원으로 내세운 고양이 카페 등 애완동물과 관련된 기발한 상술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한 연구소에 따르면 2004년 일본의 애완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1조 2,200억엔 대에 이른다.

이뿐이 아니다. 3~4세 이후의 중년 개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 등 보다 전문화한 가축병원과 은퇴한 장애인 보조견의 노후를 보살펴주는 자원봉사단체가 만들어지는 등 애완동물에 대한 정성은 더욱 극진해지고 있다.

맹인견으로 활동하다가 은퇴한 10살된 개 보니를 보살피고 있는 이마니시 준이치(今西純一ㆍ59ㆍ여)씨는 “사람을 위해 헌신한 개들이기 때문에 최후까지 돌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4시간 ‘노견(老犬)홈’을 만드는 것을 장래 목표로 삼고 있다. 키우던 애완동물이 죽어 충격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전화 카운셀링이 등장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애완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2년 전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80%가 애완동물로부터 위로를 느끼고, 70% 이상이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저저출산과 고령화, 개인에 대한 심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애완동물로 쏠리게 하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한 사료업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집에서 기르는 개와 고양이는 약 2,868만 마리로 추정돼 일본의 17세 이하 인구(2,116만명)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폭발적인 애완동물 붐이 장기적으로 일본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통해 살아가는 보람과 위로를 느낄 수 있고, 애완동물을 매개로 한 인적 교류도 촉진할 수 있으며, 애완동물 산업을 통한 경제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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