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위조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35ㆍ여)씨에 대한 권력층 비호 의혹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씨 문제를 처음 제기한 장윤 스님(전 동국대 이사)을 만나 “어떤 문제든 갈등을 지나치게 확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신씨 문제는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정작 장윤 스님은 연락을 끊고 잠적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또 신씨 학력 위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신 씨 배후를 살펴왔지만 변 실장인지는 몰랐다”고 말해 신씨의 뒤를 봐준 인물에 대한 온갖 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신씨의 승승장구는 누구 덕?
권력층의 신씨 비호설 의혹은 신씨가 검증되지 않은 경력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젊은 나이에 동국대 교수,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등 굵직굵직한 자리를 꿰찼다는 데서 출발한다. 설사 신씨의 허위 학력(예일대 박사)이 사실이었다 해도 힘들었을 일들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파죽지세로 짧은 기간 내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1차 심사에서 단 한표를 얻었는데도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에 선정된 점, 국내외 미술계 사정에 그다지 밝지 못한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재단 이사장이 후보 9명 중 가장 어리고 국제전 경력도 없는 신씨를 혼자 판단으로 낙점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점, 신씨 교수 임용 과정에서 보여준 동국대의 석연치 않은 태도 등은 신씨 비호 인물이 실재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학계와 미술계에서는 일부 대선주자의 이름과 함께 특정 대학 인맥 인사들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관계로 얽힌 인맥들
특이한 점은 신씨의 학력 위조 파문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란 점이다. 변양균 실장은 청와대 불자 모임인 ‘청불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불교 관련 현안이 생기면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더구나 변 실장은 불교계에서 지관 원장과 반대 입장에 서있는 동국대 이사 영담 스님과도 가깝다. 변 실장은 또 오영교 동국대 총장의 행정고시 두 기수 후배이고, 두 사람은 고려대 동문이기도 하다.
한갑수 전 이사장이 1993년 경제기획원 차관일 당시 변 실장은 과장으로 일했다. 그러나 이들이 신씨의 승승장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거나 있었지만 이들이 그 같은 행위를 했다는 확실한 정황이나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다.
빚더미에 앉아있던 신씨
한편 신씨는 경제적으로 파산 상태였는데도 씀씀이가 큰 생활을 해와 자금원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신씨는 서울 서대문세무서와 고향인 경북 청송군의 농협 진보지점에 1억420여만원을 빚지자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 2005년 11월 법원 결정에 따라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회생은 현재의 수입과 재산으로 빚을 한꺼번에 갚기 어려운 사람이 5년 동안 수입 중 생계비와 소득세, 건강보험료 등을 뺀 나머지 돈으로 빚을 갚아 나가면 법원이 나머지 채무는 없애주는 제도다. 한마디로 신씨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하곤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신씨는 개인회생 결정 이후 금융기관에 ‘채무불이행자’로 기록돼 신용카드 사용도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신씨는 전셋값만 9,000만원이 넘는 원룸에 살고,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또 외국에 다녀올 때마다 고가 제품을 유력 인사들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1억원 이상을 빚진 신씨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해 준 누군가가 있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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