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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는 '대학 졸업장' 대신 빛나는 '나만의 실력' 택한 당당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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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는 '대학 졸업장' 대신 빛나는 '나만의 실력' 택한 당당한 그들

입력
2007.08.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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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명 인사들의 끊이지 않는 학력 위조 파문으로 한국 사회 전체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개인적인 도덕성도 문제지만 ‘학벌 사회’의 병폐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고학력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나만의 꿈’을 이루고자 각자의 영역에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고 있는 ‘당당한 고졸’들도 우리 주변엔 적지 않다.

대학보다 사회에서 더 많이 배워요

경기 의정부의 한 횟집 주방에서 일하는 윤원우(26)씨는 ‘퓨전 일식’ 요리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상업계 고교를 졸업한 직후 바로 일본 음식점에 취직했다. 대학을 가지 않은 데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그는 “내 꿈을 펼치기 위해선 대학에서 4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며 “게다가 사회생활의 핵심은 인간관계인데, 어른들과 대화하는 법부터 예절, 말투 등 하나하나를 모두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유진(25ㆍ여)씨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앞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의 홀 매니저를 맡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3년째다. 장씨의 원래 꿈은 만화 그리기를 통한 캐릭터 개발 사업이다. 한 대학의 애니메이션학과 입학 시험에 합격했지만 그는 등록하지 않았다.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장차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내게 대학이란 중요하지 않다”며 “대졸 간판에 따른 이익은 누릴 수 없지만 남들이 대학에 매여 있는 그 시간 동안에 난 사회를 체험하면서 사람 대하는 법과 처세술을 터득했고 돈도 벌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학벌이 날 규정짓진 않아

김상윤(27)씨는 군 제대 후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사회 생활이 너무 재미있어 ‘그 좋다’는 의대를 중퇴했다. 중국집 배달원과 대형 마트 물류관리, 이동통신사 영업직, 동대문 평화시장 속옷가게 아르바이트 등을 거친 그는 현재 어엿한 ‘사장님’이다. 그는 지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옷가게를 경영하고 있다.

김씨는 “고졸이라는 데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학력으로 날 규정할 필요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나에 대한 믿음과 신념이 가장 큰 자산”이라며 “이런 자신감은 대학 안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2년부터 2004년 6월까지 다니던 대학을 두 번이나 중퇴하고 의무소방으로 입대한 박현우(26)씨는 긴급 상황 발생 시 출동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일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 제대 후 소방공무원(9급)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박씨는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대학 교육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진학해야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대학에 다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력보다는 내 분야에서 실력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벌 부추기는 사회, 그들도 피해자?

김씨는 “학력 위조자들이 정당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거짓말을 강요한 것은 결국 이 사회”라며 “그들도 피해자로 볼 수 있는데, 사회가 다시 그들을 질책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장씨와 박씨도 “거짓말을 한 개인은 나쁘지만 이런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사회가 학력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윤씨는 학력 위조 사태의 당사자들을 매섭게 비판했다. 그는 “정말로 교수가 되고 싶었다면 합당한 노력을 해서 이뤄내야 하는 게 맞다”며 “사회 풍조 탓만 하는 것은 한심한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당당한 ‘20대 고졸’ 청년들이 ‘학벌’에 찌든 사회와 기성세대를 향해 던지는 따끔한 경고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진실희ㆍ김혜경ㆍ김재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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