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 공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예산 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26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전국의 400여개 공공 SOC 현장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47.4%가 예산 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예산이 부족한 건설현장 가운데 45.4%는 ‘울며 겨자 먹기’로 외상(사전)공사를 하고 있으며, 48.5%는 공정이나 인원을 축소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외상공사를 벌인 건설업체 중 42.9%는 금융간접비를 보상 받지 못했으며, 전액 보상을 받은 경우는 4.8%에 불과했다. 예산 부족을 겪는 SOC 현장의 경우 당초 계획 예산의 70.6%를 배정 받는데 그쳤고, 이 때문에 공정률도 계획의 68.2% 수준에 머물렀다.
예산 부족은 공기 연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협회 조사 결과 SOC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연장됐거나 연장이 예상되는 곳은 전체의 60.9%에 달했다. 이 중 42%는 3년 이상 공사가 연장됐거나 그럴 우려가 높은 현장으로 지적됐다.
더욱이 정부가 최근 집계한 2008년 수송ㆍ교통 분야 공공 발주 예산은 17조8,000억원으로 올해(18조4,000억원) 보다 6,000억원 감소, 상당수 도로공사 현장들이 올해보다 더 심각한 예산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SOC 예산 축소는 오히려 예산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 예산 부족으로 공기가 연장된 국도사업 86건에서 2조3,000억원의 공사비가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이 제때 배정되지 않아 현장관리비와 물가상승 등 추가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공공 SOC 공사에 대한 예산 축소는 공기 연장→업계 부담→공사비 상승→추가 예산 배정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교통인프라 구축 지연 및 그에 따른 물류비 증가를 초래해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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