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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IB를 키우자] <5> IB를 향한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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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IB를 키우자] <5> IB를 향한 환골탈태

입력
2007.08.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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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기업을 눈여겨보자.

‘호출 받으면 무조건 출근, 퇴근은 상사부터, 휴가반납 밤샘작업 일상화, 나보다 우리가 먼저, 홀로 성과 자랑하면 불호령, 공동책임 겸손 강조…’ 읽고 있자니 끔찍하다. 그런데 웬걸, 싫기는커녕 미국 50대 경영대학원 졸업생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직장이다. 바로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른다는 골드만삭스.

일개 기업의 문화로 외면할 수도 있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기의 유물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새 부대’(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새 술’(투자은행ㆍIB)을 담아야 하는 우리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현실에서 “절대 골드만삭스는 나올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걷어내기 위해서도 배우고 바꿔야 산다. 덩치만 키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독특한 기업문화는 대전제가 있다. ‘치열하게 일해 얻은 성과에 대한 보상(돈+휴식)은 풍족하게 누려라.’ 이는 세계최고의 실적을 자부하는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글로벌 IB의 투자마인드이기도 하다.

2005년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 3사의 1인 당 순영업수익은 평균 5억6,000만원, 반면 국내 증권사 평균은 약 2억3,000만원. 글로벌 IB의 한 명이 국내 증권사의 두 명 이상의 몫을 해낸 셈이다. 생산성은 보수로 이어져 2005년 3사의 연봉은 평균 2억5,600만원, 국내 증권사 직원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300만원 수준이다.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IB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저위험-저수익-저보수’의 3저(低) 고리를 끊어야 한다. 강형철 증권연구원 박사는 “IB는 원래 고위험-고수익을 지향한다”며 “우리도 이자나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에서 벗어나 투자 위험을 부담하고 직접투자를 하는 거래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을 관리하는 전문인력의 확보는 필연적이다. IB의 핵심은 사람인데 국내 증권사엔 전문인력이 태부족이다. 증권사 사장까지 세계를 무대로 스카우트 전선에 뛰어들고 있지만 높은 연봉에 막혀 실패하기 일쑤다.

현재 국내 10대 증권사의 IB 인력은 1,230명 수준으로 골드만삭스의 20분의 1, 메릴린치의 1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IB의 꽃으로 불리는 자기자본투자(PI) 분야 국내인력은 50명, 그나마 대부분 초보다. 골드만삭스엔 8,000여명이 포진해있다. 인해전술에 밀리는 꼴이다.

몇몇 대형증권사가 자체 인력양성에 애쓰고 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차원의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금융전문인력 양성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고작 ‘금융인력네트워크센터’라는 간판만 내걸었을 뿐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전문가 육성 없이는 정부가 꿈꾸는 아시아 금융허브는 물론 세계적인 IB 출현은 요원하다”라고 비관했다. 심지어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우선 인력수급 파악이라도 해야 하는데 IB 필요인력이 어느 정도인지 기초조사도 안돼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평가나 보상체계, 내부역량과 시스템, 투자마인드도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정부의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조성훈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신규진입 허용을 통해 서비스 다양화와 혁신을 촉진하고 감독체제도 기능별로 갖춰야 한다”고 했고,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B는 국제화와 연결된 만큼 당국의 역할도 관치금융에서 벗어나 진출국가에 대한 정보 제공, 공동투자 유도 등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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