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역할과 취재 영역ㆍ방식의 문제가 마침내 정치 쟁점으로 번졌다. 부끄럽다. 사회 각 부문의 화두가 선진화로 모아지는 이 시기에,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본질과 기능에 대해 정치권이 끼어 들어 왈가왈부하는 상황이 그렇다. 언론은 고개를 들 낯이 없다.
어쨌거나 그런 빌미를 제공했고, 적잖은 대중의 의구심을 촉발했으니 말이다. 역으로 지금은 정권이 아닌, 국민을 향해 언론이 먼저 자성하면서 '초심'을 되잡을 좋은 기회다.
한나라당과 민주신당 등은 어제 국회에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을 출석시켜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허구성을 따졌다. 알권리 보장, 취재제한 철폐, 부처 기자실 폐쇄 백지화, 홍보처장 파면, 통합브리핑룸 공사비 승인 불가 등 수많은 말이 나왔다.
기자의 주요 업무는 '비난과 책임 추궁', 기자 이해의 핵심요소는 '촌지와 접대 문화', 언론 보도는 '오보와 루머 남발'이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료가 정책홍보 담당자에게 배포된 사실도 드러났다.
브리핑룸과 전자브리핑제를 도입하고 지원인력을 확보한다며 쓴 예비비 수십억원의 경우, 관계법에 의해 해당 공무원에게 반납 강제 등 책임을 묻는 초유의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권의 태도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권이 언론의 이해에 영합해 눈치를 본다거나, 언론이 정치권을 이용해 기득권을 지키려 획책한다는 식의 역공세를 펴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이 언론을 탄압할 때의 방식을 교묘하게 원용하면서도, 자신들은 시대적 책임에 충실한다는 투다.
사실 정치권이 언론 문제에 끼어 드는 것은 정권의 오만한 행태 이상으로 전혀 반갑지 않다. 언론이 특정 정치세력을 호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조만간 총리 훈령으로 시행될 언론통제 방안은 결코 협의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줄곧 꼼수를 부리며 문제의 본질을 흐릴 때가 아니다. 잠시 눈이 어두워 잘못된 싸움을 시작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물러서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야 언론의 몫도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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