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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입력
2007.08.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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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한국인은 참 통이 크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경제력이나 사회복지 수준의 격차는 말할 것도 없고 인구도 세 배 가깝고, 땅덩이도 남북한 합친 것의 1.5배쯤 되는데도 일본에 대해서는 만만한 상대 대하듯이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그 국가의 힘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인의 특징을 고려하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통 큰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긴장감이라고 할까, 두려움 같은 것을 느낀다. 우선 중국은 한국에서는 대륙으로 통한다.

중국 면적의 두 배 가까운 러시아에 대해서도 대륙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는데 유독 중국은 대륙이다. 이는 잘못된 언어습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영토 내 56개 민족을 뭉뚱그려 '중화민족'이라는 새로운 민족을 발명하고 고대 몽골이나 한국사까지도 자기네 역사였다고 강변하는 모순에 처한 이유는 티베트나 위구르 같은 지역을 억지로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민족의 동요나 이탈을 늘 염려해야 하니 땅 넓은 것이 마냥 좋은 게 아니다.

● 우리에게 남아 있는 사대주의

언론에서는 연일 거대한 중국이 쫓아온다며 호들갑을 떤다. 중국 경제의 발전이야 걱정만 할 일은 아닌데도 중국은 이미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 됐고, 연평균 10%를 넘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뭐하고 있느냐는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도 한때 그런 때가 있었다. 30~40년 전 '개발독재'를 할 때다. 어느 나라든 고도성장의 시기가 지나면 성장률은 떨어지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다. 이건 거의 법칙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고 고도성장에는 그늘이 있다. 부패, 사회 양극화, 환경오염, 물질만능식 사고 같은 부작용은 지금 중국에서 우리의 지난날보다 훨씬 극심하다. 작년 1월 원자바오 총리가 농가를 찾았을 때 입은 낡은 점퍼가 11년 전 것이라는 사실을 놓고도 일각에서는 중국 지도부는 이렇게 검소하다며 열을 올렸다.

원 총리가 검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지도층은 전반적으로 부패한 것으로 유명하다. 공산당 원로인 보이보도 최근 유서에서 "공산당이 부패 문제를 풀지 못하면 당이 망하고 나라가 어지러워질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우리가 보는 중국의 얼굴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10분의 1 조금 넘는 수준(작년 말 현재 2,003달러로 109위)이고, 전인구의 10%는 중진국 수준의 소득을 누리는 반면 50% 이상은 세계 최빈국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실상은 빠져 있는 듯하다.

시민의 정치적 자유, 언론에 대한 통제, 사법 제도 같은 인권 차원의 문제에 이르면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 국가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1989년 톈안먼 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한 이후 20년 가까이 성장의 과실을 누리면서 중국 인민의 민주화 요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이러한 통제 상태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공산당도 장담하지 못한다. 서방의 많은 학자들이 중국의 진정한 위기는 시민의 민주화 요구와 소수민족의 독립요구가 함께 분출될 때 닥친다고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 대륙의 다양한 맨얼굴을 보자

어제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꼭 15년이 되는 날이었다. 서로 발전을 다짐하고 덕담을 나눠야 하는 시점에 이렇게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어떤 점에서 근대 이전 중국 사대주의의 찌꺼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심리적 사대주의의 정체는 큰 것에 주눅 들고 센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다.

크고 센 것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부조리와 병폐가 깃들어 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만 두 나라 관계, 나아가 두 나라 국민 개개인의 관계가 인류 보편의 가치를 향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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