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투자은행(IB) 가운데 하나인 JP모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은행 가운데 하나다. 이 은행의 정식명칭은 JP모건체이스다. JP모건과 체이스맨해턴이 합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슬러 올라가면 케미칼은행과 뱅크원그룹 등 미국내 굴지의 은행들도 JP모건체이스에 용해되어 있다.
세계최대 금융그룹인 씨티는 수년전 IB자회사로 살로먼스미스바니를 인수했다. 국내에도 진출해있던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원래 살로먼브라더스와 스미스바니 라는 두 IB의 합병체이기도 하다.
세계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 IB의 역사는 M&A로 점철된 역사라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끊임없는 M&A를 통해 미국IB들은 덩치를 키워왔고, 대형화된 자본력과 인력으로 시장을 지배해왔던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IB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대형화의 조건을 선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사가 규모를 키워야 하는 이유는 첫째, 자본시장통합법의 기본취지가 '위험산업 육성'에 있어서다. IB들은 각종 파생상품을 취급하게 되는데, 그 위험을 분산하고 커버하려면 기본체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사이즈로는 굵직한 기업매각에서 국내 증권사는 주간사로 명함도 못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기왕의 고유업무에서 벗어나 자기자본투자(PI), M&A주선, 자산운용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대형화가 필수적인 이유 중 하나다. 소비자금융을 주업무로 해왔던 미국 씨티그룹은 트레블러스에 이어 살로먼스미스바니와 잇딴 합병을 통해, 투자은행업무와 자산운용업무를 병행하는 세계적 은행으로 급성장했다.
또 독일의 도이치뱅크도 가계와 기업금융을 주로 취급하다 뱅커스트러스트를 인수, 자산규모 세계 1위의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M&A를 금융사가 대형화로 가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국내금융업계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3월말 현재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의 규모는 2조1,455억원. 반면 골드만삭스는 17배가 훨씬 넘는 35조8,050억원에 이른다.
수익구조도 기형적이다. 3월말 현재 증권거래 중계 수수료 수입(브로커리지) 비중이 평균 49%에 달하는 반면, 투자은행업무 수입은 14%에 불과하다. 메릴린치가 투자은행업무 수입이 34%에 달하는 것과는 차이가 많다.
한국증권연구원 노희진 연구원은 "자통법 이후 금융업계의 대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외IB들이 안방을 점령할 것"이라며 "금융업계는 판매채널 다양화와 우수인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정부는 M&A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심스럽게나마 외형확대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다. 이미 2005년 세종증권(현 NH증권)을 인수한 농협은 올 하반기 5,000억원의 유상증자을 단행하고 장차 추가M&A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증권을 인수한 유진기업도 다른 증권사를 또 인수해 2011년까지 자기자본을 1조 5,000억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은행, 자산운용, 투신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삼성 우리투자 대우 등 증권사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삼성증권의 경우에는 삼성투신과 삼성선물 등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삼성증권은 기존 보험, 자산운용 등 그룹 금융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외형 측면에서도 특히 막강한 잠재력"이라며 "당장 계획은 없지만 IB 경쟁력에 필요하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략적 제휴나 M&A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규모가 경쟁력의 전부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은 되어야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A를 통해 대형화화를 한 증권사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증권사는 틈새시장 정도나 노리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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