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전 2권) / 쑤퉁 지음ㆍ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발행ㆍ1권 336쪽, 2권 288쪽ㆍ각 권 9,500원
기다림 / 하진 지음ㆍ김연수 옮김 / 시공사 발행ㆍ480쪽ㆍ1만2,000원
위화(余華), 모옌(某言) 등과 더불어 현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쑤퉁(蘇童ㆍ44).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현지 문단에서 공고한 문학적 입지를 구축한 하진(51). 작년부터 작품이 번역되면서 국내에서도 지명도를 높여가고 있는 두 중국계 작가의 장편 소설이 나란히 출간됐다.
쑤퉁의 <눈물> 은 진시황의 만리장성 공사에 징발된 남편을 찾아나선 아내의 이야기인 ‘맹강녀 설화’를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각국 전설을 현대적 소설로 부활시키고자 영국 캐논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한 ‘세계신화총서’의 중국 편으로, 주제 사라마구, 오르한 파묵, 토니 모리슨 등 유명 작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눈물>
맹강녀 설화에서 장성에 도착한 아내는 남편의 부음을 듣고 울기 시작해 열흘 만에 성을 무너뜨리고 남편의 유해를 수습한다. 쑤퉁은 ‘강씨네 맏딸’을 일컫는 맹강녀에게 ‘비취빛 여자’란 뜻의 비누(碧奴)란 이름을 지어주고, 남편에게 겨울옷을 전하려는 험난한 여정에서 그녀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천착한다.
그녀는 나라의 눈물 금지 명령을 피해 유방, 손발, 머리카락 등 온몸으로 눈물을 흘린다. 한량없이 쏟아지는 눈물은 그녀를 위기에서 구하기도 하고, 반대로 위험에 처하게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성에서 석벽에 깔린 남편을 구해내는 것도 비누의 눈물이다.
이처럼 작가는 눈물을 가난한 자들의 유일한 재산이자 삶을 긍정케 하는 힘으로 형상화한다. 역사와 환상, 현생과 전생을 넘나드는 상상력이 활달하다. 권력에 굴종해 인간성을 잃은 존재를 반인반수의 ‘사슴인간’ ‘말인간’으로 풍자하는 재치도 돋보인다.
하진의 99년 첫 장편 <기다림> 은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군의관인 유부남과 간호사 간의 불륜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미국 유수 문학상인 전미 도서상과 펜 포크너상을 받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영어로 작품을 쓰는 그는 단순하고 서술적인 표현을 통해 시적인 미학을 성취하는 문체로 정평이 높다. 기다림>
유부남 쿵린은 도시의 군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간호사 우만나와 연인 사이다. 고향에는 전근대적 덕성을 지닌 박색의 아내 류수위와 딸이 있다. 쿵린은 더 이상 부부의 정을 못 느끼는 아내와 이혼하고 새 가정을 꾸리려 하지만 이혼 제한 규정과 주위의 시선 때문에 여의치 않다. 소설의 시간은 문화혁명기를 관통하지만 작가의 관심은 개인을 향한다.
제도와 인간관계의 제약, 가족에 대한 정리(情理) 때문에 갈팡질팡하는 쿵린의 일상은 개인이 체감하는 역사의 비극성을 묵직하게 보여준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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