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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보다 숭고한 테레사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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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보다 숭고한 테레사의 고뇌

입력
2007.08.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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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믿음으로 충만했을 것 같은 ‘빈민들의 성자’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는 곧 출간될 <마더 테레사 : 와서 내 빛이 돼라> 에 공개된 그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내면을 다룬 편지들을 소개했다. “내 안의 신을 느낄 수 없다”는 이 고백은 잠깐 스쳐 지나간 한 순간의 의심이 아니라, 1948년 인도에서 가난한 사람을 돕기 시작한 때부터 1997년 선종하기 전까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를 괴롭혔던 문제였다.

“예수님은 당신을 특별히 사랑하십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침묵과 공허가 너무도 커서 (예수님을)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고, (기도하려고) 혀를 움직여도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실존주의자의 고뇌처럼 들리는 이 고백은 테레사 수녀가 1979년 12월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을 받기 불과 세달 전 마이클 반 데르 피트 신부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3개월 후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에서 그는 “예수는 모든 곳에 있다_우리 마음에도, 우리가 만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주고 받는 미소 속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랑과 용서의 힘을 설파하던 그 순간에도 내면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신의 존재에 대해 괴로워했다.

타임에 의하면 테레사 수녀의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48년 “와서 내 빛이 돼라”는 예수의 계시에 따라 인도에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1950년대 고해 신부들을 초청한 뒤 아무 말도 못하고 돌려보내는 일이 잦아지자 한 신부가 문제를 글로 써 보라고 말했고, 이후 테레사 수녀는 선종하기 2년 전까지 40여통의 서한을 주고 받으며 내면의 고통을 토로했다.

1955년 페르디난드 페리에 주교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영혼의 구원은 제게 호소력이 없습니다. 천국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주 앞에서 미소 지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썼다. 1959년의 편지에서는 “내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신이 없다면 영혼도 없다. 영혼이 없다면 예수도 없다. 당신도 진실이 아니다”고 썼다.

테레사 수녀는 세상을 떠나기 전 “이 편지가 공개되면 사람들이 예수님을 덜 생각하고 나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될 것”이라면서 없애버릴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평온하고 온화한 얼굴로 빈자 구호에 일생을 바친 그가 “내 미소는 가면이고,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망토”라면서 ‘건조함’ ‘어둠’ ‘외로움’ ‘고문’ 등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 이 책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가톨릭계는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 플로리다주에 있는 보수적인 가톨릭 대학인 아베마리아대학 신학 학장인 매튜 램 신부는 이 책이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 에 버금가는 자서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좀더 자유주의적 신학 연구소인 ‘어메리카’의 마르틴도 “마더 테레사의 내면의 고백은 그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행한 봉사만큼이나 중요하게 기억될 것”이라면서 이 책이 “자신의 삶에서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봉사”라고 평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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