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신정아 학력사기' 권력의 비호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신정아 학력사기' 권력의 비호인가

입력
2007.08.25 00:07
0 0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사기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장관급인 변 실장이 신씨의 학력위조 의혹을 학교 안팎에 공개한 전 동국대 이사 장윤 스님을 만나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며 회유를 꾀했다는 것이다.

변 실장은 "학내 갈등을 확대시키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 신씨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석연치 않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신씨 사건을 맡은 검찰이 진상을 명백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대통령 측근이 얽힌 의혹의 심각성은 젊고 예쁜 여성의 사기행각에 연루됐다는 선정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잇단 학력위조 파문을 부른 신씨 사건의 진짜 핵심은 문화예술계와 대학 등의 정실과 편법 인사 등 비리 관행을 단적으로 드러낸 데 있다.

선정적 언론은 신씨가 세상을 감쪽같이 속인 것처럼 떠들었으나, 재계든 정ㆍ관계든 거물급이 뒤를 봐줬으리라는 추측이 많았다. 동국대와 광주 비엔날레 재단이사회가 의혹과 반대를 무릅쓰고 교수 임용과 예술감독 선임을 강행한 경위가 애초 상식과 동떨어진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불거진 권력 핵심의 개입 의혹에 "그러면 그렇지"라고 반응하는 건 당연하다. 이에 비해 변 실장의 해명은 허술하고 모호하다. 그는 대통령을 수행해 과테말라에 다녀온 바로 다음날 장윤 스님을 만나, 그저 동국대의 분란을 걱정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정책실장의 소임인지 의문이고, 신씨 문제 등 갈등으로 해임된 이를 직접 설득한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한갓 친목 모임인 청와대 불자모임 회장 신분을 앞세운 해명도 군색하다.

변 실장이 대통령을 수행한 과테말라에서도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은 그가 더 힘센 사람의 대리인 노릇을 한 게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동국대와 광주 비엔날레 재단이 상식을 벗어난 처사를 거듭한 배경도 그런 맥락에서 헤아릴 만하다. 권력주변 인사와 공적 기관의 개입 또는 비호 의혹은 신씨 개인의 사기행각보다 훨씬 엄중하게 수사, 문책해야 마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