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주자인 조순형 의원 캠프 실무진들은 최근 며칠간 진땀을 뺐다. 조 의원을 선전할 슬로건 문구를 놓고 본인과 실랑이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참모들의 결정은 '대한민국 대표양심 조순형!'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내가 왜 대한민국 대표 양심이냐?" 조 의원은 오히려 아주 의외라는 표정이었고 한다. 질책까지 나왔다. "이 사람들아, 후보 스스로 낯뜨겁게 자기가 대표양심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
민주당이 독자경선 리그를 띄우기 위해 '지역당원 필승전진대회'를 연 23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조 의원의 지지자들은 행사장 안에 조 의원 것만 빠진 채 가득 붙어 있는 경쟁 주자들의 플래카드를 보고 가슴이 답답했다.
당 관계자는 "조 의원측만 공식선거운동 시작 전까지 행사장에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한 신사협정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의 신조는 "선거운동은 선거운동 기간에 한다"이다.
요즘 민주당 안팎에 조 의원의 독특한 스타일이 새삼 화제다. 생소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당 관계자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이 조 의원의 성패에 당운을 걸고 있다시피 한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은 사무실을 얻는데도 애를 먹었다. 경선까지는 의원회관 사무실을 사용하고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중앙당을 쓰면 된다는 조 의원의 고집 때문이었다.
민주당 경선레이스가 본격화한 지금, 조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선 국정감사 준비가 한창이다. 보좌진은 "법리상 맞지 않은, 공정하지 못한 재판과정에서부터 HSBC가 인수할 예정인 외환은행 문제를 감사원이 제대로 감시했는지 등 중대사안이 쌓여있다"고 말했다. 어디에도 경선준비의 흔적은 없다.
또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지역조직을 끌어 모으고 현장 당심을 공략해야 할 지방출장 도중 조 의원이 없어져 수소문해 보면 집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3일 사실상 첫 당내 대선주자 유세대결이 벌어진 전주에서 행사가 끝난 시각은 오후 5시40분께. 6시30분 조 의원은 익산역에서 서울행 KTX에 올랐다.
그는 저녁식사를 대부분 집에서 해결하는 '회사원형 바른생활 정치인'인 까닭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 7시쯤 성북구 정릉동 자택에서 부인인 연극인 김금지씨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다.
한 당직자는"조금은 현실적이지 못하지만, 소탈하고 원칙적인 조 의원의 모습이 열린우리당의 강성 개혁실험에 싫증난 민심을 끌고 당기는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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