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박사학위 취득자 중 1,000명은 엉터리 박사”라는 김상근 한국학술진흥재단 외국박사조사위원회 위원장의 언급으로 가짜박사 파장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학위로 촉발된 학력 위조 검증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허술한 학력 검증 체계로는 언제든지 가짜 박사가 양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력 검증 시스템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검증 시스템 전문
사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해외 학위’에 모아진다. 논문의 입수와 검증이 상대적으로 쉬운 국내 석ㆍ박사 학위와 달리, 외국 박사학위는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에 등록된 신고 목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위 진위 검증은 학진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데 있다.
게다가 신고도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학위 취득자가 부정한 목적으로 서류를 위ㆍ변조해 교수 임용과 입사 자료로 활용한다면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학진 조사위가 뒤늦게 비인가 대학 엉터리 박사학위는 취소키로 한 것도 사태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비쳐진다.
대학들도 불만이다. 외국 대학 학위 조회 문의에 대한 회신율이 20~30%에 불과해 지원자들의 제출 서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구조 탓이다. A대 관계자는 “학진이 학위 논문의 등록 대행 업무는 맡으면서 검증은 대학이 알아서하라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학들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문제가 된 일부 유명인사의 국내 학위는 손쉬운 확인을 통해 자체적인 검증이 가능한데도 ‘유명세’유혹 때문에 학교 홍보에 되레 활용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단순한 서류와 학진의 신고필증만 믿고 학력 위조와 사칭을 묵인한 대학이 뒤늦게 시스템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 차원의 통합시스템 마련해야
논란이 커지자 정부와 정치권, 대학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동국대 단국대 등 이번 사태에 연루된 몇몇 대학들은 전체 교원에 대한 학력 검증을 시작했고, 4년제 대학 총장 협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학력검증센터(가칭)를 만들어 학위 검증을 대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치권도 학술 진흥 업무에 치중된 학진이 강력한 검증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예산과 인원을 대폭 강화한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관건은 미국고등교육인증협의회(CHEA)와 같은 공신력있는 해와 검증 및 평가 기관을 과연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느냐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대학에서 한 해 수천명이 넘는 석ㆍ박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특정 기관이 모든 국가와 정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이에 따라 정부 주도로 학위 검증을 위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한 기관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면 짧은 시간 안에 체계를 갖추기가 어려울 뿐더러 효율적인 검증도 담보할 수 없다”며 “대교협이 국내 학위 검증을 맡으면 학진은 해외 학위를 담당하는 식처럼 정부가 업무 분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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