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부-의협 '성분명 처방' 극한대립 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부-의협 '성분명 처방' 극한대립 왜?

입력
2007.08.25 00:09
0 0

‘타이레놀이냐, 아세트 아미노펜이냐.’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을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가 해열 진통제를 처방할 때 처방전에 제품명(타이레놀) 대신 성분명(아세트 아미노펜)을 기재하는 방식의 사업을 다음달부터 국립의료원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이 사업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전국 병원이 일제히 문을 닫은 7년 전 의약분업 사태의 재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의협은 정반대 주장을 펴면서도 공히 ‘국민의 복리증진’을 대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이 이뤄지면 환자들이 효능이 떨어지는 약을 먹거나 과도한 투약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의사가 개별 의약품의 특성을 감안해 처방하는 대신, 비슷한 약 가운데 하나를 약사가 임의로 선택하면 그만큼 환자에게 위험하다는 논리다. 또 정부는 시범사업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전면 실시를 위한 포석이라고 의심한다.

복지부는 약효가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싼 복제약 사용을 허용하면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건강보험 재정의 약제비 비중은 2001년 23.5%였으나 2006년에는 29.4%로 상승했다. 복지부는 이를 의사들이 비싼 오리지널약만을 처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또 성분명 처방이 되면 동네 약국에서도 의사가 처방한 약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소화제와 제산제, 소염진통제 등 20개 성분 32개 품목에만 한정되며, 전면 실시는 검토도 하지 않고 있는데 의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 뒤에는 정부나 의협 모두 ‘강행’과 ‘저지’를 외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양측 모두 공개된 자리에서는 얘기를 하지 않지만, 의료계에서는 그 속사정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정부의 속사정은 ‘정치 코드’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사업이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며, 노 대통령의 총애 속에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임 시절 약속한 핵심 정책이라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임기를 5개월 앞두고 기자실 통폐합을 강행하는 현 정부의 추진력을 감안하면, 의사들의 반발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을 움직이는 힘은 ‘밥그릇 지키기’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 사업의 배후에 약사들의 로비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약사 출신인 문 희 한나라당 의원과 장복심 열린우리당 의원이 성분명 처방 시행을 강력히 요구했다.

의협 관계자는 “시범사업이 정치적 논리로 추진되는 만큼, 의협도 대화와 타협보다는 단체행동 등 정치논리로 풀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의사들이 그동안 제약업체로부터 받아온 각종 특혜를 내놓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시범사업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