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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3년… 외국인근로자가 털어놓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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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3년… 외국인근로자가 털어놓은 '현실'

입력
2007.08.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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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인도네시아에서 온 A(28)씨는 ‘때리는 사장’이 무서울 정도다. 경기 수원의 한 공장에서 프레스 작업을 하는 그는 “사장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외국인노동자들을 폭행한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동료는 맞는 게 너무 무서워 도망쳤다”는 말도 전했다.

1년 전 한국에 와 경기 파주 가구 단지에서 일하는 네팔인 B(33)씨는 “주변에 월급 조차 제대로 못 받는 친구들이 있다”며 “공장에 일이 없으면 외국인노동자들은 일 거리도 주지 않고 월급도 물론 없다”고 억울해 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고용허가제 실시 3년을 앞둔 14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고용허가제도가 우리나라 외국 인력 정책의 획기적 전환점이 됐으며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의 권익이 크게 신장됐다는 자화자찬이다. 그러나 정작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시각은 정반대였다. ‘현대판 노예제’로 불린 산업연수생제도보다는 그나마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권 침해는 제자리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여전한 부당대우

18일 경기 오산이주노동자센터에는 다급한 전화 한통이 울렸다. 이날 병원에 입원한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전화였다. “회사에서 오후5시30분께 퇴근 카드를 찍게 하고 저녁 밥도 안 주고 계속 일을 시켰다. 회사를 옮기겠다고 항의하자 무자비하게 때렸다.”

한국 생활 2년6개월을 맞은 ‘중고참’ 스리랑카 노동자 C(30)씨도 한국인과 차별하는 부당 대우가 가장 큰 불만이다. 경기 김포시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일과 후 하루 4시간씩 더 하는 야근은 언제나 외국인들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팔인 노동자는 “얼마 전 네팔인 노동자가 휴일도 없이 8개월 동안 매일 밤 늦게 혹사 당하다 자살 기도를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가슴을 쳤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에게도 한국인과 똑같이 노동관계법을 적용해 산재보험 최저임금 노동3권 등 기본적 권익을 보장토록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권운동사랑방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외국인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10% 정도 떨어졌고, 노동시간은 273시간에서 280.4시간으로 오히려 늘었다.

직장도 제대로 못옮겨

방글라데시 출신인 이주노동자 D(25)씨는 3년 전 고국을 떠난 뒤 한 번도 못 본 가족들이 보고 싶다. 비행기 값도 문제지만 매년 계약을 경신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 눈치가 보인다. 더 큰 걱정은 한국에서 더 일을 하려면 회사가 시키는 데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3년의 합법 체류 기간이 끝난 뒤 회사가 자신을 원해야 바로 일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6개월 뒤 재입국 할 수 있지만 보장도 없는데다 돈도 많이 든다. 한국 체류 여부는 100% ‘사장’ 뜻에 달려 있다. 그는 “더 돈을 벌고 싶지만 회사를 뛰쳐나간 뒤 단속의 눈길이 두려워 하루도 마음 편히 자지 못하는 친구들이 떠오른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주노동자노조 마숨 사무처장도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후 입국 비용이 700달러 정도라고 하지만 스리랑카 네팔 베트남 이주노동자의 국내 입국 비용을 조사해 보니 실제로는 1만 달러 가까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가 겉돌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 제도가 직장 이동의 자유를 사실상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예외적으로 3년간 3, 4차례의 이직 기회를 주지만 회사가 망하거나 회사가 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 등 불가피한 사유로 한정하고 있어 실제 혜택을 받는 외국인노동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호르헤 부스타만데 유엔 이주민특별보고관도 3월 유엔 인권이사회때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권 제한은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허가제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문제는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 등과 얽혀 있어 섣불리 개선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시영 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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