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효율적 운영 차원에서 마련 중인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총리 훈령)의 중요 조항이 정부의 편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준안 11조는 ‘공무원의 언론 취재 활동은 신뢰성과 책임 확보를 위해 정책홍보담당부서와 협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하고 있다. 홍보처의 당초 입장은 공무원과 전화 혹은 면담취재를 원하는 기자는 각 부처 홍보담당관실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수준의 취재접근권 보장을 주장하며 기자실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외교통상부 기자들은 이 조항이 공무원과의 자유로운 접촉을 통한 취재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그러자 홍보처는 “공무원이 기자를 접촉할 때 홍보실에 사전 혹은 사후에 보고하라는 뜻이지 기자가 반드시 홍보실을 거치라는 뜻은 아니다”고 입장을 바꿨다.
기준안은 또 ‘면담취재는 합동브리핑센터 또는 정부 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일정한 장소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12조 2항)고 하고 있다. 당초 홍보처는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기 위해 이 조항을 뒀다.
그러나 외교부 기자들이 사전약속을 통한 사무실 방문을 허용할 것을 요청하자 다르게 해석됐다. 홍보처는 “정부 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일정한 장소는 합동브리핑센터가 될 수도 있고, 국장 등의 사무실이 될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문제는 홍보처의 이 같은 해석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기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조항의 해석을 달리하며 유인책을 쓰고 있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입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정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은 홍보처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홍보처의 한 관계자는 “(조항이)애매하긴 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외교부는 출입 기자들이 기자실 이전을 거부하자 대변인 명의의 문건을 통해 “현 수준의 취재접근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취재접근권 보장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공식 문서에 담아 외교부와 홍보처가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언제든 발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기자들의 공무원 접촉 금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각 부처나 공무원 개개인에게 취재 응대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더라도 현재 수준으로 기자들의 취재에 응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아예 기준안에 이 같은 내용을 명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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