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번이나 반복되는 실수도 있을까." '실수'라는 미국측의 해명만 믿고 또다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다. 값싼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반갑지만,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 섞여 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24일 농림부에 따르면 미국은 척추뼈 수출파문과 관련, "내용물 표시ㆍ무게에 따라 수출ㆍ내수용을 구분하는 작업구역에서 포장기계가 고장을 일으켜 포장상자 일부가 파손됐고, 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종업원들이 부주의로 수출용 상자에 T본 스테이크용 쇠고기를 잘못 담았다"고 해명해 왔다.
지난 5, 6월 갈비통뼈 수출 때처럼 이번에도 단순한 실수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재발 방지 대책으로 ▦상자 포장 이전 내용물 검사원 배치 ▦육안 검사 통관 전까지 한국 수출용 라벨 부착 금지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5월 30일 갈비뼈 발견으로 쇠고기 검역 보류조치가 내려졌다가 수입이 재개된 이후에도 뼛조각 검출 135회를 포함 총 164회의 각종 검역위반 사항이 적발된 것으로 미뤄 볼 때 미국의 재발 방지 약속을 신뢰하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농림부는 그 같은 문제에도 불구, 미국측이 보내온 해명서와 재발 방지책만 믿고 수입재개를 결정했다. 더욱이 농림부는 수입재개 이후에 SRM이 추가로 발견되더라도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당 작업장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만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농림부 관계자는 "현재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을 골자로 한 수입위생조건 개선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뼈 포함 여부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농림부의 이 같은 조치는 일본이 지난해 1월 수입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척추뼈가 발견되자 즉시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린 후 2차례에 걸쳐 미국 내 포장시설과 식육처리시설을 철저히 검사한 후 6개월 만에 수입재개를 한 것과 사뭇 다르다.
사실 농림부는 이달 초 검역중단 조치를 내린 후 미 대사관에 "위생조건 위반 사례가 반복될 경우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수입위생조건' 규정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입장을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농림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신속한 비준을 바라는 다른 경제 부처의 압력에 밀려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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