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혁명적인 농업ㆍ식량정책 개혁이 무르익고 있다. 심각한 상태에 빠진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른 국내 부정적 파장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21세기 신농정 2007’프로젝트를 발표했다. 3월 수립한 ‘식량ㆍ농업ㆍ농촌 기본계획’을 토대로 한 이 프로젝트는 날로 악화하는 국제 식량 상황에 대비하고, 일본 농업의 침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지난해 일본의 식량자급률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40%대 밑으로 떨어졌다. 농촌의 고령화 비율이 57.4%(2005년)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 뻔하다. 반면 개발도상국의 인구증가와 바이오 연료의 수요 증대 등으로 국제적인 식량 여건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FTA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국제 협상에서 농업이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는 현실도 부담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일본 농업의 체질 강화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결국 농촌이 바로서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모으는 것은 그 동안 금기시했던 농지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다.
23일 요미우리(讀賣) 신문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은 기업 등에 의한 농지 임차 제한을 원칙적으로 철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기업이 안정되게 농업경영을 할 수 있도록 농지의 장기임차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정기국회에 관련법의 개정안을 제출, 내년이라도 시행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일본이 전후 농업정책의 근간으로 삼아 온 농지의 ‘자작농주의’가 사라지는 혁명적 변화를 맞게 된다. 노림수는 물론 농사의 주체를 늘려 농업 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주도의 개혁에 대해 농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전략상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일본 정부는 또 농산물 등 국산 식품의 시장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가정에 일본 식품의 애용을 촉구하는 등 캠페인도 공세적으로 펼치고 있다. 농사용 로봇과 IT(정보기술)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환경을 고려한 바이오연료로의 활용까지 고려하는 등 일본 정부의 농업 개혁 청사진은 매우 역동적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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