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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광대가족의 웃음선물 듬뿍 받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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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광대가족의 웃음선물 듬뿍 받아가세요"

입력
2007.08.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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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고 동그란 딸기코, 원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진한 분장에 과장된 표정. 늘 웃는 얼굴로 관객을 대하는 광대들의 무대 뒤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도 세계적인 무대인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주무대인 이들이라면. 아니, 게다가 남편과 아내, 아이까지 모두 광대인 광대가족이라고?

“저희 생활이요? 다른 가족들과 똑같아요. 뭐, 다른 점이라면 결혼식 때 반지 대신 광대 코를 주고 받은 정도? 정말 평범하지 않아요?”

평범함을 강조하는 대답과 달리 역시 예상대로 그들은 삶 자체가 남달랐다. 각자 광대 생활을 하다 만나 부부가 되었고, 올해로 12살인 아들까지 ‘미니 광대’를 하고 있는 디미트리 보가트레브(44)와 이리나 이반니스카(40), 안톤 보가트레브(12) 가족의 이야기다. 세 식구가 함께 출연하는 퍼포먼스 쇼 <아가붐(aga-boom)>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을 만나 광대의 삶, 광대로서의 꿈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7일부터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공연 중인 <아가붐> 은 2002년 할리우드 이바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주요 도시와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전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넌버벌 퍼포먼스다. 한국 공연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아가붐은 종이를 뜻하는 러시아어 ‘부마가(Boomaga)’를 뒤집어 표현한 것.

“공연 때문에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게 조금 특별해 보일 수 있지만 가족이 다 함께 다니니 생활에 큰 변화는 없어요. 물론 다른 이들은 우리를 특별하게 보지요. 우리끼리 심하게 싸워도 그냥 광대들이 장난하는 것으로 아는 이들도 있으니까요.”(디미트리 보가트레브)

“총각 때는 투어 공연을 다니다 친척이나 친구를 13년 만에 만난 경우도 있었다”는 보가트레브는 <아가붐> 의 배우이자 연출자다. 그는 <아가붐> 에 대해 스토리를 설명하는 대신 서커스, 코미디, 실험적 연극의 요소를 결합한 퍼포먼스라고 강조한다. 어떤 공연인지 금세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도, 보가트레브 부부가 지난 봄 <퀴담> 으로 화제를 모은 캐나다 기업 ‘태양의 서커스’ 단원이었다는 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스토리보다는 종이, 사이렌, 물 등을 활용한 광대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춘 게 <아가붐> 의 특징이다.

“저는 7년을, 아내는 4년을 태양의 서커스에서 보냈어요. 아들 안톤은 태양의 서커스의 산물(Product)이기도 하고요.”(웃음)

그들은 태양의 서커스를 두고 “엔터테인먼트의 뉴 제너레이션”이라고 칭찬에 칭찬을 거듭했다. 하지만 “계속 그 안에 있으면 개성을 잃을 것 같았다”는 게 그들이 <아가붐> 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다. 특히 보가트레브는 태양의 서커스 일부 작품의 연출로 참여하기도 했다.

“조금 싼 티켓으로 더 많은 이들이 고가의 태양의 서커스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동일한 수준의 감동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아가붐> 을 통해 연출 커리어도 좀 더 발전시키고 싶었고요.”

그의 생각은 이렇다. 어떤 종류의 공연이든 역할은 한 가지다. 관객의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 그는 <점프> , <난타> 등 한국의 유명 넌버벌 퍼포먼스를 언급하며 “모든 공연을 사랑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반니스카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을 찾았지만, 보가트레브에게는 이번이 첫 방문이다. “매운 음식이 많은 것이 가장 놀랍다”는 보가트레브는 “공연 후 가진 사인회 때 보니 한국인들은 무척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공연 중에도 큰 소리로 웃어 주니 힘이 납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먼 게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이들 가족은 늘 붙어 다니는 게 생활이듯 꿈도 같다. 만화가가 되려다 우연히 광대의 길에 들어선 남편과 마임 전문 배우로 살다가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광대의 길에 들어선 아내. 이들은 앞으로 <아가붐> 의 캐릭터를 텔레비전쇼와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당장은 현재 살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아가붐> 이 장기 공연하는 쇼로 자리잡는 게 이들의 희망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들에게 진한 메이크업 뒤에 감춰진 인생사를 듣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모했다. 서로의 광대 연기에 반해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이다. 각자 다른 공연에서 광대 역할을 하던 보가트레브와 이반니스카는 서로의 연기에 먼저 반했고, 2년이 지난 후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다. 반지 대신 광대 코를 주고 받으며 평생의 연을 맹세한 지 벌써 15년째.

모든 사람에게 ‘웃기는 사람(Funny Guy)’으로 남고 싶다는 남편은 이미 텔레비전쇼를 위한 스크립트도 몇 편 써두었다고 하고 아내는 남편의 비전 제시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다. 강요는 안 하겠다고 하지만 이들은 아들 안톤이 그들의 역할을 물려 받을 광대로 성장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줄곧 이들의 ‘패밀리 비즈니스’ 이야기만 듣다 문득 광대 가족의 웃음 뒤에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駭? 빨간 코와 형형색색의 의상 뒤에 숨겨진 것. 그것은 주변의 시선과 상관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이들만 지을 수 있는 더 큰 웃음, 그리고 행복이었다. 공연은 다음달 1일까지 코엑스 오디토리움. (02)568-0802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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