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효자동 주식'이란 게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인 청와대로 가는 큰 길이 효자동인 것에 빗대어, 유력한 여야 대선 후보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종목을 일컫는 말이다.
쉬지않고 뭔가 테마와 핑계를 만들려고 하는 시장의 생리를 반영한 것이어서, 내용을 따지고 들면 머리를 끄덕이기보다 실소를 낳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눈치와 계산에 밝은 돈이 움직이면서 꾸며내는 무대인 만큼, 이들 주가의 등락은 단기적인 판세의 흐름과 유불리를 이해하는데 적잖게 도움이 된다. 단, 투기세력이 판치는 곳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 '저평가 우량주'임을 자처하는 손학규 이해찬 등 범여권 주자를 앞세운 몇몇 주식도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으나, 주된 관심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명박씨와 아깝게 석패한 박근혜씨의 이름을 달고 다니는 10여개 종목이다.
두 사람의 가족이나 정책과 관련된 이들 주식은 한나라당 경선 기간 내내 시장에서 '대리전'을 연출하며 두 달새 2~3배나 올랐다. 판세에 따라 천국(상한가)과 지옥(하한가)을 오가는 아찔함도 경험했지만, '정권교체의 수혜주'란 호재로 피차 큰 이득을 봤다. 경선의 '비이성적 과열'이 시장으로 전염된 결과다.
▦ 흥미로운 것은 승자가 결정된 날을 전후해 연속 상한가를 쳤던 '이명박 테마주'가 엊그제부터 급락세로 돌아선 반면, '박근혜 테마주'는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분석가들은 "한나라당 일부에서 경부대운하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공개적 목소리가 나옴에 따라 운하건설 관련주들이 주춤하고, 상대적으로 당내 입지가 커진 박근혜 관련주들은 틈을 엿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정치분석가들의 해석은 좀 다르다. 주가야 이런 저런 바람을 타는 것이지만, 당장 대운하 문제 하나만 봐도 '이명박 호'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 이 후보는 한나라당의 비대함과 첩첩(疊疊)함을 꼬집으며 "당도 기업 CEO형 정당이 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당의 색깔과 기능을 진지하게 재검토해 국민이 바라는 시대적 정신과 기대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자고도 했다.
측근들은 "중도 실용주의적 인맥과 노선으로 일과 성과 중심의 기업형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그림"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말이 묘하게 풀이되자 이 후보는 새삼 '용광로론'을 펴며 화합을 강조했다. 돈이 걸린 증시보다 권력을 다투는 정치시장에서 주가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모양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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