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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홍은택씨 이번엔 서울 7개월 출퇴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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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홍은택씨 이번엔 서울 7개월 출퇴근기

입력
2007.08.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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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서울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졌습니다. 자전거를 통해 본 서울은 매일 새로 태어나는 도시였습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미국대륙 6,400㎞를 자전거로 횡단한 경험을 기록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2006)에서 자연과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줬던 홍은택(44) NHN 서비스총괄이사.

그가 이번에는 자신이 살아온 서울을 자전거로 누볐다.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집에서 전 직장이 있던 광화문까지 7개월 동안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그는 ‘다양하고 역동적이고 소란스러운’ 도시의 풍경을 포착했다.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는 그가 세심한 눈으로 서울의 강과 산, 길, 사람들, 건축물들을 관찰한 기록이다.

두 바퀴에 체중을 싣고 골목을 누비며 바라본 서울에는 승용차나 지하철의 차창을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역사의 속살이 들여다보였다. 중랑천을 건너며 닥나무가 많았던 저자도(압구정동 아파트 개발에 쓸 모래를 구하기 위해 폭파된 하중도)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고, 강남의 금싸라기 땅인 삼성역 주변에 우뚝 솟아있는 한전과 무역센터 건물을 지나치면서 막강했던 행정의 힘(두 곳 모두 과거 상공부 산하기관)을 실감하기도 한다.

자전거족이라면 마찬가지겠지만 그 역시 교통법률과 체계, 도로의 구조, 교통문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가 보기에는 법률도 사람들의 인식도 아직은 자전거를 ‘불청객’ 으로 취급하는 느낌이다.

가령 자전거의 통행방법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15조 ‘자전거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를 통행해야 한다’ 같은 조항은 자전거도로가 거의 없는 한강 이북 도심에서는 있으나마나한 조항이고, ‘다른 법령에 통행방법이 따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행자에게 주의하면서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 부분으로 통행하여야 한다’ 같은 조항은 자전거족들을 목숨을 걸고 도로 가운데로 뛰어드는 환장한 사람으로 취급한다는 억울함이 느껴진다.

막상 자전거도로가 없어서 도로로 나서면 “자전거를 왜 찻길에서 몰고 다니느냐?”며 삿댓질하는 자동차 운전자들과 하루에도 몇번씩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서울의 도로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보행자나 자전거족 같은 약자들에게 적대적인 ‘약육강식’ 의 세계지만 그가 여전히 자전거를 몰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무실에서 앉아 있으면 이성이 관장하는 좌뇌를 많이 쓰게 돼 신경질이 늘어난다”며 “자전거를 타면 감성이 주도하는 우뇌를 많이 쓰게 돼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환경을 보호한다는 대의를 품고 버스나 지하철을 탄다 해도 기다려야 하는 시간 때문에 ‘자기주도적으로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자전거 타기의 매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장을 옮긴 뒤 요즘은 탄천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분당으로 출퇴근하는 그의 꿈은 하루 안에 전국 어디나 자전거로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예컨대 땅끝인 해남만 해도 시속 30㎞로 달리면 1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처럼 좁고 오밀조밀한 땅에서 자전거의 유용성을 몸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나의 세대(386세대)가 불편하더라도 함께 참고 나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버스적 사고방식’ 에 매몰됐던 세대라면 이제는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자전거적 사고방식’이 필요한 시대”라며 “그것이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나는 믿는다”고 말을 맺었다.

김주성 기자 poem@hk.co.kr

■ 홍은택의 서울 자전거코스 3선

홍은택씨는 책에서 서울 일원동에서 광화문에 있는 직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본 서울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자전거 한 대로 강남ㆍ북을 종횡으로 누비는 지은이가 추천하는 서울의 자전거 코스 3곳.

■ 한남대교 코스

양재천 - 탄천 - 한남대교 - 한남로 - 이태원 - 태봉길 - 하얏트호텔 - 남산순환도로 - 남대문 - 덕수궁 - 광화문

한남대교는 서울의 X, Y축인 청계천과 한강을 잇는 수경(水景)축, 북악산 남산 관악산을 잇는 산경(山景)축을 잇는 중심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 코스에서는 산과 물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고갯길이 유난히 많은 점도 특징. 순천향병원을 지나 이태원으로 진입하는 고갯길의 경사도 만만치 않고, 해밀턴호텔에서 하얏트호텔로 가는 길은 더 가팔라 체력 측정에 적합한 코스다. 인내가 쓰디쓴 만큼 열매는 달콤한 법이다. 남산순환도로에 올라 왼쪽으로 서울 전경, 오른쪽으로 숲을 끼고 휘돌아내려가는 상쾌함은 비교할 데 없다. 순환도로 중간쯤에 있는 약수터인 ‘석간천(石澗泉)’에서 마시는 물맛도 꿀맛. 그늘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잠시 머리를 식혀보는 것은 어떨까?

힐튼호텔을 마주보고 우회전하면 남대문까지 브레이크 없이 내려갈 수 있는 기분좋은 내리막이다. 운이 좋으면 남대문을 지키기 위해 출근하는 병사들과 마주칠 수도 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시청앞 분수대에서 식히면 순례가 마무리된다. 소요시간 1시간.

■ 잠실대교 코스

양재천 - 탄천 - 잠실대교 - 중랑천 - 마장동 우시장 - 청계천로 - 광화문

한강과 중랑천이 합수하는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유역도 시원하게 트였고 철새도 많이 찾아와 자연미를 느낄 만한 코스다. 탄천을 지나 우회전해 직진하면 자전거 진입로를 통해 잠실대교에 들어설 수 있는데 다리를 건너 강북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면서 볼 수 있는 강남 쪽의 스카이라인은 일품이다.

성수대교 부근에서 중랑천을 만나는데 마장동 우시장까지만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고, 동대문구청 앞에서 청계천, 시내로 이어지는 구간은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청계천 수변을 자전거로 달리는 것은 불법이다. 출출해졌다면 청계천 주변에서 요기를 하는 것도 괜찮다. 광화문이나 세종로 쪽에 없는 맛집들이 보석처럼 숨어있고, 광장시장 자판에는 순대 파전 오징어 생선에 심지어 갈비까지 팔고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 의류와 신발을 파는 동평화ㆍ청평화시장, 혼수 전문 동대문시장, 포목과 주단을 파는 광장시장의 북새통을 통과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버스 승용차 오토바이 리어카 지게 자전거까지 교통수단의 박람회가 열리는 구간이다. 소요시간 2시간.

■ 동호대교 코스

수서 - 역삼동 - 신사동 - 옥수터널 - 금호터널 - 약수동 - 장충체육관 - 동대문운동장 - 청계천 - 광화문

수서에서 광화문을 잇는 최단 코스다. 지하철이나 버스보다 소요시간이 짧아 홍씨가 자전거 출퇴근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게 된 코스다. 동호대교에서는 지하철, 자동차가 경쟁하며 다리를 건넌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온전히 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 자전거도로로만 가는 것보다 지루함이 덜하지만 신호등에 자꾸 걸리는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이 코스는 도로주행 초보자인 라이더에게 연습용으로 적합한 코스다. 일원터널을 시작으로 금호터널, 옥수터널 등 3개의 터널을 지나야한다. 금호터널을 빠져나오면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갑자기 도심이 전개되는데 여기서부터는 고난도 기술인 차선 바꾸기를 연습할 차례다. 동대문 방향의 흥인문로는 청계천로와 만나는 동대문운동장 앞에서 왕복 8차선으로 늘어나는데 청계천로로 좌회전하려면 차선을 세 번이나 옮겨야한다.

자전거 진입로가 군데군데 끊겨있어 자전거에 여러번 올라탔다 내려타야 하고 내려서 끌고 올라가야 한다. 능숙한 자전거 출퇴근족으로 거듭나기 위한 ‘수업료’ 로 생각하자. 소요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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