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 푸른숲'천지 간의 한 괴물' 지식인 허균의 고뇌
조선 중기의 문신 허균(許筠)이 1618년 8월 24일(음력) 역모죄에 몰려 서울 서쪽 저자거리에서 능지처참됐다. 49세였다. 반대하는 무리로부터 ‘천지 간의 한 괴물(怪物)’ ‘올빼미 같고 개 돼지 같은 인물’로 폄하됐던 허균은, 후대 와서는 ‘중세를 뛰어넘는’ 정치사상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이 됐다.
적서의 신분제도와 부패한 정치를 비판하며 유토피아적 이상을 펼친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 , “천하에 두려워할 것은 오직 백성 뿐이다…그런데도 윗자리에 있는 자들은 백성을 업신여기면서 모질게 부려먹는다. 어찌 그러한가”로 시작하는 <호민론(豪民論)> 에 그의 사상이 나타난다. 호민론(豪民論)> 홍길동전>
그는 또한 여섯 살 많은 누이 난설헌(蘭雪軒ㆍ1563~1589)과 함께 탁월한 재능의 시인이었다. 1606년 삼척부사로 부임했다가 불상을 모시고 염불을 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받아 파직당한 뒤 지은 시 ‘문파관작(聞罷官作ㆍ파직됐다는 소리를 듣고)’은 그의 시재와 구속받지 않는 삶에 대한 생각을 함께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어찌 예교에 묶이고 놓임을 당하겠나(禮敎寧拘放ㆍ예교영구방) 인생사 부침을 다만 내 정에 맡기리니(浮沈只任情ㆍ부침지임정) 그대들은 모름지기 그대들의 법을 따르시게나(君須用君法ㆍ군수용군법) 나는 나대로의 삶을 살아가려네(吾自達吾生ㆍ오자달오생)’.
새로운 역사소설을 잇달아 발표해 주목받고 있는 작가 김탁환(39)의 장편소설 <허균, 최후의 19일> (1999)은 참형 당하기 전 19일 동안의 행적이라는 구성을 통해 그린 허균의 삶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허균을 억압적 체제에 도전한 지식인으로 보고, 이상과 혁명에 대한 그의 고뇌와 인간적 면모는 물론 조선 중기의 정치ㆍ사회와 역사를 함께 담아내고 있다. 허균,>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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