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의제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에 대해 정부 유관 부처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NLL 재설정 문제는 국민 정서상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2002년 서해교전에선 우리 장병 6명이 이 선(線)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정부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처간 의견조율이나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 서둘러 논의를 진행해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NLL 재설정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통일부다. 이재정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NLL은 영토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NLL은 협상이 불가능한 영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장관은 16일엔 “NLL의 목적은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목적과 내용이 중요하다”며 “(서해교전도) 안보를 어떻게 지켜내느냐 하는 방법론에서 우리가 한번 반성해봐야 하는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다른 입장이다. 김장수 국방장관은 21일 국회에서 “NLL 문제는 다른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와 함께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 동안 북한의 NLL 재설정 요구에 대해 “남북간 군사적 신뢰관계가 상당 부분 진척된 후 다뤄야 할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따라서 김 장관의 발언은 NLL 문제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아울러 김 장관은 서해교전에 관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13일 ‘NLL이 영토주권과 관련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LL은 안보개념”이라는 이 장관의 말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NLL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입장은 50년간 지켜온 해상경계선”(22일 천호선 대변인)이라고만 했을 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NLL 문제 해결 없이 남북관계의 질적ㆍ제도적 발전과 교류협력의 대폭 확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벼락치기로 공론화를 시키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겉으로는 부처간 이견이 큰 것처럼 보이지만, 정상회담에서 NLL을 논의하기 앞서 국민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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