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재범(34ㆍ시스코 코리아 과장) · 김성희(29ㆍSK텔레콤 매니저)
강남역,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서 두리번거리면서 기대 반, ‘뭐 이번에도 그냥 그렇겠지’ 하는 포기 반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저를 만나러 나오는 길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지하철역 입구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며 ‘복장이 다소 특이하네, 예사롭지 않아’ 하면서 탐색하던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만남이 결혼까지 이어지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평생의 반려자를 찾고 있었던 저와 그런 것엔 관심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하던 그녀. 이렇게 다른 생각으로 시작해서인지 고민하고 상처받고, 헤어지고 만나길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함께 웃었던 시간 만큼이나 힘든 시간이 많았던 우리 부부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까닭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때는 그게 어쩌면 그렇게 크게 보이던지. 아마 지금처럼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했다면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누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런 시간들이 전혀 헛되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그 덕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노래방 기피증인 그녀가 지난 연말, 우리의 결혼식장에서 직접 제게 노래를 들려주었을 정도로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으니까요.
알고 보니 그녀는 남들은 마사지나 받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는 결혼식 전날 노래방에서 새벽까지 친구와 가사를 외웠다고 하더군요. 결혼식 5일 전, 제가 마련했던 프로포즈 자리에 놀란 그녀가 준비한 화답의 깜짝 이벤트였습니다.
가로수길과 붉은 양탄자, 우리 둘만을 위한 테이블. 제가 준비한 소박한 프로포즈에 그녀는 무척이나 감동한 듯한 모습이었거든요. 비록 결혼 동영상에는 그녀의 노래가 편집됐지만, “오빠 앞에서 그렇게나 떨어보긴 처음”이라는 그녀의 말을 들을 때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사실 결혼 전엔 우리 만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확신하지 못하고, 다시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항상 무거웠는데, 지금은 그녀가 있어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사랑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와 노력일 겁니다. 서로의 같음과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마주보며 믿음을 쌓는 것. 원하는 곳을 함께 바라봐주는 것. 또 이런 사랑의 모습이 변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애쓰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쉽게 변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커져 가는 우리의 사랑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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