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피터 로랑지 총장이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다시 쓴소리를 했다. 로랑지 총장은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총 포럼'의 특별 강연자로 나와 한국의 노동경쟁력에 우려를 표하고 "노사가 밖으로 눈을 돌리면 해결책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거의 매년 한국을 찾아 강경 노조, 관료 부패, 기업하기 힘든 환경을 비판해온 로랑지 총장은 이번에 노조뿐 아니라 경영진의 개방적 시각을 동시에 주문했다.
로랑지 총장은 최근 IMD의 경쟁력 평가 대상 55개국 가운데 한국은 29위, 중국은 15위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그는 "비록 한국이 선전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도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경주하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중국의 경우 관료주의와 국영기업, 금융부문에서 많은 개선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순위에서 중국에 뒤쳐진 이유에 대해 그는 (높은) 인건비와 정부 분야의 (낮은) 효율성 등을 짚었다. 특히 "낮은 노동경쟁력이 우려된다"고 말한 로랑지 총장은 "한국은 노사가 사안을 국내적으로만 접근해 경쟁력에 관심이 적은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노사가 밖으로 눈을 돌리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공동 인식을 하게 된다"는 해결책도 제시했다.
로랑지 총장은 "한국의 인건비가 높고 노사갈등이 대립적인 게 사실"이라며 "노조가 '상당히 군사적이고 하드코어 적'이란 이수영 경총회장의 말처럼 이런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이는 "한쪽 만의 책임이 아니므로 최고경영자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노력해야 한다"며 "노사가 함께 공동 프로젝트 등을 통해 윈윈 관계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랑지 총장은 그 같은 예로 노사가 참여한 '코끼리 프로젝트'를 통해 갈등을 해소한 석유회사 셸을 소개했다.
대학교육에 대해 로랑지 총장은 "한국 대학들이 큰 진전을 이뤘으나 기업과는 동떨어져 있다"며 "양자간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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