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방아쇠(trigger)일 뿐이다."
노버트 월터 도이치방크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리서치연구소장은 23일 아시아 투어 일환으로 방한, 서울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최근 전세계 금융시장 경색의 본질은'서브 프라임'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영국 중국 등지의 주택시장 침체"라고 밝혔다.
'독일의 국민 이코노미스트'로 평가받는 그는"10여년간 주택 버블을 키워온'주택가격은 상승한다'는 믿음이 깨지면서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섰고 지난 3주동안 투자자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위험자산뿐 아니라 우량자산까지 팔아치우는 패닉(공황) 현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외국인 순매도 행진도 발 빠른 유동성확보 차원이지 우리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나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뉴욕과 홍콩 한국 등 상대적으로 매매가 쉬운 증시의 낙폭은 큰 반면 매매가 쉽지 않은 중국 증시의 낙폭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 증시의 외인 매도세가 언제 끝날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서브 프라임'쇼크가 전세계 경제를 붕괴(melt down)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유는 3가지. 각국 중앙은행들이 언제든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고, 금융당국 및 금융회사의 지급여력이 충분하고, 러시아 아랍 등 유동성을 보유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아랍 러시아 등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주식을 팔아야 할지, 사야 할지 묻는다면 사는 쪽"이라고 조언했다.
월터 이코노미스트는 "서브 프라임 쇼크가 직접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최악의 사태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미국의 지출여력이 줄게 되고 이는 교역국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일례로 캐나다와 멕시코 등은 자동차부품 수출기업, 한국과 대만은 정보통신(IT)산업, 이어 독일과 일본은 기계 수출산업이 타격을 받게 된다"며 "한국은 IT산업을 중심으로 교역국을 다각화하는 게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금융기관은 좀더 기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지급결제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인하에 대해선 "내년 초쯤"으로 전망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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