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 성큼 다가섰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 꼴인 고혈압 환자, 10명 중 1명 꼴인 당뇨병 환자들은 가을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한 번 발병하면 평생 스스로 조절해야 하며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는 공통분모를 가진 고혈압과 당뇨병. 이들 질환은 일교차가 심해지고, 식욕이 당기는 가을이면 더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 높아지는 하늘만큼 쑥쑥 올라가는 혈압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에는 피부혈관이 급격히 수축될 수 있으므로 고혈압인 사람은 갑자기 새벽 운동만 해도 뇌출혈, 심근경색 등의 합병증으로 돌연사할 수 있다.
좀처럼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리는 고혈압 환자들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감기에 걸리면 운동을 쉬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감기약이나 콧물약에는 혈압을 높이는 아드레날린 성분(에페드린이나 페닐프로파놀아민)이 함유돼 있으므로 이를 복용하고 운동했다가는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고혈압 환자라면 어느날 기침을 할 때 목덜미가 뻣뻣하다거나 이유없이 머리가 무거울 때, 운동 후 숨이 찬 상태가 오래 갈 때는 피곤해서라고 치부하지 말고 혈압약을 챙겨 먹고 수시로 혈압을 체크하는 등 일상적인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예전에는 정상범위에 속했지만 강화된 기준에 따라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높은 정상혈압’(130~139㎜Hg/85~89㎜Hg) 정도는 생활요법만으로도 얼마든지 정상화할 수 있다.
■ 건조해진 공기로 당뇨병 환자 피부는 괴로워
기온이 떨어지고 공기가 건조해지면 평소에 피부가려움증을 호소하던 당뇨병 환자들의 괴로움은 더욱 커지게 마련인데, 이럴 때일수록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환자 중에는 소변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며 좀처럼 물을 마시지 않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당뇨병 환자는 잦은 소변으로 인해 탈수가 되기 쉬워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가려움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목이 마르기 전에 마셔야 한다는 것. 목마르다는 것은 이미 체내에 수분이 모자란 상태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물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마셔야 한다. 다만 탄산음료나 과일주스, 이온음료 등 열량이 있는 음료수는 피하고, 열량이 없는 맹물을 부족하지 않게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 말은 살쪄도 고혈압ㆍ당뇨병 환자는 안돼
가을에는 여름 동안 사라졌던 입맛이 되살아난다. 돌덩이도 씹어먹는다는 10대만큼 식욕을 자제하기 힘든 사람들이 바로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많이 먹는 것이 특징. 인슐린 부족으로 포도당은 세포 내로 흡수가 잘 안 되고, 소변으로 빠져 나가다 보니 세포에 에너지가 부족한 탓이다.
물론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지만, 문제는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붙게 되면 동맥경화 같은 혈관계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음식을 피하라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는 인체의 에너지가 되는 당분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단 섭취한 음식물에서 만들어진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양과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한번에 많은 양의 포도당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조금씩 여러번 소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 환자 역시 비만을 절대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비만인은 정상인보다 고혈압 발병 위험이 4~5배나 높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음식과 동물성 지방은 적게 먹고, 혈압을 높이는 소금, 알코올 등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과, 바나나 등 신선한 과일과 야채에 들어있는 칼륨, 도정하지 낳은 곡류와 견과류에 많이 들어있는 마그네슘을 섭취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1개월에 2㎏ 정도 감량하면 2~3달 만에 혈압이 현격히 떨어지고 약물 효과도 더 좋아진다. 연구 결과 몸무게를 1㎏ 줄였을 때 혈압은 평균 수축기(최고) 혈압 1.6㎜Hg, 이완기(최저) 혈압 1.3㎜Hg 떨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합병증 예방 위해 음식 조절과 적절한 운동을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모두 음식 조절과 함께 운동을 병행하면 비만도와 합병증 발생 위험을 모두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있어서 적당한 운동은 혈액 중에 넘쳐 나는 포도당을 연소시켜 혈당수치를 정상화하고 손과 발의 말초혈관을 확장해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고혈압 환자도 마찬가지. 꾸준한 운동은 심혈관 기능을 강화해 심장박동수, 심장박출량, 말초동맥의 저항을 줄여 혈압을 낮춰준다.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모두 조깅, 수영, 걷기 등의 운동을 1주일에 4회 이상, 하루에 30분 이상 꾸준한 해야 한다. 단 혈당량 조절?안 되는 당뇨병 환자는 운동 후 저혈당증에 빠질 수 있으므로 배가 고프고 식은 땀이 나며 어지러움이 심하면 사탕이나 초콜릿 한 조각을 섭취하도록 한다.
<도움말 =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김종진(순환기내과)ㆍ장상아(내분비내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송종민(심장내과)ㆍ박중열(내분비내과) 교수>도움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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