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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호텔에서 살아요!"

입력
2007.08.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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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K(51ㆍ남)씨는 '기러기 아빠'다. 그는 자식과 아내를 미국에 보낸 뒤 40평대 아파트를 정리하고 서비스드 레지던스호텔에 입주했다.

가구 가전 주방 등이 구비돼 있을 뿐 아니라 아침식사와 청소가 추가비용 없이 제공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스포츠 및 스파, 마사지 시설 등이 무료 제공돼 굳이 큰 집에서 혼자 외롭게 살 이유가 없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비스드 레지던스호텔'이 새로운 주거문화의 한 형태로 주목 받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특급호텔보다 가격이 저렴해 예전에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들이 이용해왔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이용객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단ㆍ장기 투숙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하룻밤 숙박료는 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10만원에서 90만원 대까지 다양하다.

'레지던스호텔'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에, 취사와 세탁을 할 수 있는 임대 아파트의 장점을 접목한 신개념 주거공간이다.

국내에는 1988년 그랜드힐튼서울이 처음 문을 열었고, 97년 외환위기 이후 다국적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레지던스호텔들이 들어서고 있다.

레지던스호텔이 국내 이용자에게 주목 받게 된 것은 주 5일제의 확산으로 짧은 휴일 동안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도심에서 즐기는 인구가 많아 지면서부터다. 2030 세대 사이에서는 파티문화가 확산되면서 파티장소로도 각광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싱가포르계 레지던스호텔 '프레이져 스위츠'. 이 곳은 한국적인 느낌의 객실과 실내 어린이 놀이방, 어린이 수영장, 도서실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인사동 근처의 '서머셋 팰리스'는 도회적인 분위기의 객실에서 파티를 원하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좋다.

청소와 아침식사를 해결하면서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되는 점 때문에 레지던스호텔에서 한 달 이상 장기 투숙하는 내국인도 늘고 있다. 싱글족이나 기러기아빠뿐 아니라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이민을 준비하면서 임시 거주지를 찾는 가족들도 레지던스 호텔을 선호한다.

삼성동에 있는 미국계 레지던스호텔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는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리모델링 기간 동안 호텔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가구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서울 강남 '도미 인 서울', 을지로 삼성역 오목교 신촌 등에 지점을 늘린 '코업 레지던스' 등은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교통 여건으로 싱글족에게 인기가 높다.

이처럼 레지던스호텔을 이용하는 내국인 수가 증가하면서 불황에 시달리던 호텔 업계도 레지던스호텔로 눈을 돌리고 있다. 라마다인터내셔널은 최근 서울 순화동에 라마다서울의 첫 비즈니스호텔인 '라마다호텔앤스위트'를 개장했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도 여의도에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를 오픈하고 103개 객실을 모두 레지던스로 운영하고 있다.

앰배서더 호텔그룹은 서울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의 레지던스용 객실 수를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SK그레이스힐과 같은 시니어타운도 레지던스호텔과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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