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해 목숨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에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병역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만연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1일 “이스라엘에서 지난해 징집 대상 남성의 25%가 각종 이유를 들어 군복무를 하지 않아 국방부가 안보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만 18세를 넘기면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의 병역의무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군입대 기피율은 남자가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25%를, 여자가 무려 43%를 기록했다. 남자의 군 기피율 25%는 1980년의 12.1%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시오니즘의 깃발아래 1948년, 1967년, 1973년 등 3차례 중동 전쟁을 치르며 막강한 집단 공동체 의식을 형성했던 이스라엘 사회에서도 세월이 흐르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확산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인 거주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에서의 명분없는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지면서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이 흐려진 탓도 큰데, 종교적인 이유로 복무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아직까지는 이로 인해 국방 운영이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징집률을 높이지 않으면 국가를 방어하기 어렵다는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군과 사회 일각에선 군 기피 성향의 확산이 연예인이나 유명인사 등 모범이 돼야 할 계층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군 당국은 먼저 병역기피자나 조기 전역자들의 군 시설 공연 금지와 함께 이들의 출연 프로그램을 취소하도록 요청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해당 연예인 등은 군 당국의 조치가 일부의 잘못된 행위를 전체로 몰아가는 ‘마녀사냥’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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