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간판과 보도블록, 각종 표지판 등의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아름답게 꾸민 ‘디자인 서울 거리’ 25곳을 2010년까지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각 구청의 신청을 받아 500m 안팎의 거리 10곳을 선정해 내년 11월까지 새로 단장한다는 것이다. 시는 구청이 민간과 합동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에 시설 개보수 비용의 90%를 지원한다.
이 계획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수도 서울의 모습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 등을 통해 서울의 살풍경한 거리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종로구 인사동 전통문화의 거리나 동숭동 대학로처럼 명물급 거리 가꾸기가 주류였던 때문인지 일부 명소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거리 풍경은 여전히 정이 가지 않는 수준이다.
서울의 거리는 좀 과장되게 말해 목표지점으로 가는 이동통로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뉴욕의 맨해튼이나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교토처럼 거리를 거니는 것 자체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솟는 도시를 우리도 꿈꿔볼 만한 때가 되었다고 본다.
서울시가 5월에 디자인서울총괄본부라는 조직을 발족한 것도 여러 조직으로 흩어진 도시 경관 관련 기능을 한 군데로 모아 총체적인 조망을 가지고 아름다운 서울을 가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자연과 전통과 역동성을 살리면서 지역마다 특색 있는 거리를 가꾸려면 민간의 창의와 에너지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몇 년까지로 목표를 정해 놓고 멋진 도시를 만들겠다고 튀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일단은 미학적으로 거슬리는 것들을 차근차근 지워나간다는 자세로 접근하기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최근 종로 2가 종로타워 앞에 ‘바르게 살자’라고 쓴 거대한 돌덩이가 들어섰다. 도시 미관에 기여하는 조형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흉물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걷고 싶은 거리,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려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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