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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민족주의 국민 국어책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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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민족주의 국민 국어책이 만들었다

입력
2007.08.2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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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개인보다 크고, 민족은 계급보다 크다. 제 민족이 불행하고는 민족의 한 부분인 제 계급만이 행복될 수 없다’ (<학생과 사상> 중등국어, 1950)

‘만약 땅굴을 찾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생각만해도 등줄기가 서늘해져요. 많은 땅굴을 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공산당이 더 미워졌어요’(<국군아저씨께 보내는 편지> 초등학교 4학년2학기, 1982~88)

해방 이후 국어교과서들이 학생들에게 민족주의, 반공주의, 국가발전주의, 애국담론 등 각종 국가주의를 내면화시키는 주요한 도구로 쓰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2일 강진호 성신여대 국문과교수 등 11명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국어교과서와 국가이데올로기> 에 따르면 해방이후 발간된 국어교과서들은 학생들에게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함으로써 이들을 정권이 요구하는 ‘국민’ 으로 탈바꿈시키는 정치적목적으로 활용됐다.

연구자들은 교과서에 녹아있는 국가주의 이념의 두 축인 ‘반공주의’ 와 ‘민족주의’ 담론에 주목한다. 이는 대개 반공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동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는데 이 작업은 이승만정권 때 시작돼 박정희정권때 절정에 이르렀으며 전두환정권까지 맥을 이어갔다.

이승만정권은 극단적 민족주의 이념인 ‘일민주의(一民主義)’를 주창했는데 그 사상적 뿌리를 홍익인간과 화랑도정신에서 찾았다.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민족을 위해 죽음을 불사르는 17세 소년과 ‘삼천리를 다 찾은 뒤 내게 고하라’는 충무공의 말을 결합한 <청산리 싸움> 같은 수록글은 국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을 강조하며 북진통일의 당위성을 강요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에 들어서면 이같은 결합은 더욱 견고해지는데 아름다운 국토에 대한 애정과 그것을 피로 물들인 공산당을 대비시킨 시조시인 이은상의 <피어린 육백리>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충’과 ‘효’를 주제로 한 시조와 가사의 수록, 충무공 영웅만들기를 통한 멸사봉공의 정신강조 등은 이 시기의 국어교과서에서 쉽게 발견된다. 강진호 교수는 “해방이후 권위주의 정권까지 국어교과서는 언어교육과 함께 정치적텍스트로도 활용됐다”며 “체제의 이념을 구성원들에게 강요하고 순치시킴으로서 ‘국민 만들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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