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0시를 앞둔 한국은행 홈페이지 게시판은 불이 났다. 2009년 발행 예정인 고액권(5만원, 10만원) 초상인물 후보에 대한 의견게시판 마감이 임박하면서 네티즌들이 초 단위로 추천후보를 올렸기 때문.
후보는 10명이었지만 막판엔 유관순 신사임당에게 몰표가 쏟아지는 2파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이 때문에 한은은 특정 이해단체의 조직적인 세(勢) 몰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고심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21일 2주동안 운영한 게시판에 접수된 의견은 4만8,000여건, 이중 절반을 넘는 2만6,000여건이 마지막 날에 집중됐다.
추천양상도 기이했다. 초기엔 광개토대왕 단군 등 후보에서 제외된 인물을 추천하는 글이 많았고, 중반엔 김구 유관순 신사임당 장영실 정약용으로 압축됐다. 마감을 3~4시간 남겨둔 시점부터 유관순 추천이 폭주하더니 마감즈음엔 신사임당 추천이 대대적인 따라잡기에 나섰다. 그 외에 눈에 띄는 추천은 장영실과 김구가 고작이었다.
한은은 여러 정황을 들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게시 글 형식이 ‘고액권 후보로 OO를 추천합니다’로 천편일률적이고, 특정시간에 특정후보 추천등록이 집중돼 해당후보의 유관단체나 향우회 등의 조직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 것.
실제로 유관순은 충청향우회와 이화여고총동창회, 신사임당은 여성단체, 장영실은 과학계, 김구는 기념사업회가 추천운동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도안자문위원회와 전문가그룹의 심의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한 문제점과 여론을 살피고자 운영한 게시판이 단순 인기투표장과 특정단체의 세 몰이로 변질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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