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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당시

입력
2007.08.2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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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섭 역해 / 현암사"今人不見古時月이나 今月曾經照古人이라"

현암사 판 <당시(唐詩)> 를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1970년대 후반쯤일 듯한데,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순전히 생활에 쫓긴다는 핑계로, 한시 한 편 못 읽고 살아온 탓이다. <당시> 를 다시 펼쳐보게 된 계기가 있다. 4년 전 한 지인과 통화중 그가 “책을 읽는데 ‘오늘의 사람은 옛 달을 못 보았으나, 저 달은 일찍이 옛 사람 비추었으리’ 하는 구절이 나오더라, 원전이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이 구절은 이백(李白)의 칠언시 ‘把酒問月(파주문월)’ 중 ‘今人不見古時月(금인불견고시월) 今月曾經照古人(금월증경조고인)’을 번역한 것이다. 다음 구절은 이렇게 이어진다. ‘古人今人若流水(고인금인약유수) 共看明月皆如此(공간명월개여차) 唯願當歌對酒時(유원당가대주시) 月光長照金樽裏(월광장조금준리)’.

감히 번역하자면 시 제목은 ‘술잔을 붙잡고 달에게 묻노라’가 되겠고, 이어지는 시구는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흐르는 물과 같은 것, 다 같이 저 밝은 달 보며 모두 이와 같았으리, 오직 바라노니 노래하고 술을 마실 때, 달빛이여 황금빛 술통을 길이 비추어 다오’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지인과 통화한 후 며칠 동안 입 속에서 그 구절이 맴돌았는데, 문득 <당시> 가 떠올랐다. 이백의 ‘파주문월’임을 확인하고 그 지인과 통화했고, 한동안 그와 만나 대작할 때마다 “금인불견고시월이나 금월증경조고인이라”를 읊조렸다. “옛 시의 정취가 이렇게 좋은가” 거듭 공감하면서.

현암사 판 <당시> 는 시인이자 불교학자인 이원섭(83)이 이백 등 50여명의 시 200여편을 역해(譯解)한 것이다. 많은 당시 관련 책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이원섭의 유려한 우리말 번역과 해설이 유달리 돋보인다. 초판이 1965년이니, 이만큼 생명력 있는 책도 우리 출판풍토에서는 흔치않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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