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에게 무슨 상표의 제품을 사라고 하는 대신 이러저러한 성분의 약을 구입하라고 하는 ‘성분명 처방’이 다음달부터 시범 실시되는 데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심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1인 시위를 시작했고, 실시 전 날(31일)부터 집단휴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의사들의 이러한 행태에 공감할 수 없다. 더구나 정부가 내년 6월까지 국립의료원 한 곳에서 실시해 보고 결과에 따라 제도화를 결정하겠다는 것까지 저지하는 명분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동일한 성분이지만 어떤 상표의 제품이 더 효과적이냐에 대한 판단권을 둘러싼 의ㆍ약 간 갈등은 차치하고, 성분명 처방은 소비자인 국민들이 어느 약국에서든 편리하게 약을 조제 받을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비싼 오리지널약 대신 복제약(제네릭)을 비교적 값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홍보와 로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약의 효능을 높이는 개발비로 전용함으로써 제약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의료계의 반발 이유는 제품에 따라 서로 효과가 다른데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복제약이 오리지널약과 같은 효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 대한 객관적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약사에게 제품 선택권을 맡기는 것은 자칫 불량제품을 양산하게 된다는 우려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성분명 처방 제도가 향후 근절해야 할 부작용의 문제이지 굳이 이를 거부할 근본적 이유는 될 수 없다.
정부는 우선 소염ㆍ진통제나 소화제 등 부작용이 덜한 약에 대해 시범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도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니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의료계는 제품 선택권을 갖기 위해 고집을 부린다는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시범 실시에 적극 참여해 성분명 처방이 국민을 위한 제도로 정착되도록 견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도 시범기간을 성분명 처방을 밀어붙이는 계기로 삼을 것이 아니라 과정 평가와 결과 분석에 의료계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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