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공세에 한창 시달릴 때 일이다. 이 후보가 캠프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이재오 정두언 박형준 의원 등 핵심 멤버들이 다 모였다.
참석자들을 둘러보던 이 후보는 “실무자들도 다 불러라”고 말했다.
여기저기 직접 발로 뛰며 검증 관련 자료를 챙긴 실무자들을 회의에 참석시키라는 것이다. 이 후보는 회의에서 이들에게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게 하고 이를 경청했다. 이 후보의 용인술(用人術)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이 후보의 용인술은 현장과 일 중심이며 실적으로 능력을 검증하고, 상하 관계를 고려치 않는 소통을 중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대에서 연공파괴로 등용돼 최연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던 이 후보답게 전형적인 실사구시 스타일이다.
이 후보가 실무와 현장 중심으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정평이 나 있다. 이 후보 캠프의 문턱이 낮은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캠프에는 다양한 경력의 현장형 인물들이 많다.
학벌이나 출신 배경 등을 따지지 않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투입한다. 대신 처음부터 구체적 역할과 지위를 주지 않고 일을 맡겨본 뒤 능력을 검증해 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측근들은 이를 두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개척 정신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아 주지만 아무나 중용하지는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경쟁 원리’를 강조한다. 경쟁시켜 실적을 평가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기존에 있는 사람들과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새로운 인사를 의식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 기존 인사들에게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실제 뒤늦게 캠프에 합류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중요한 역할을 한 인사들이 적지 않다. 다 만 경쟁을 중시하다보니 ‘매정하다’는 얘기를 가끔 듣기도 한다.
위 아래를 가리지 않는 소통을 좋아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 측근은 “이 후보는 여비서까지도 모두 중요한 회의에 참석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시절 실무를 가장 잘 아는 과장 등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경우도 잦았다. 의견이 한쪽으로 쏠린다 싶으면 “다른 의견을 말해 보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기도 한다.
긍정적 사고 방식을 가진 인물을 선호하고, 파벌을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것 역시 이 후보 용인술의 주요 특징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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