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본선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1년여를 끌어온 경선을통해 극명하게 갈라진 당을 한데 묶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세력의 일부가 당내 비토 세력으로 남을 경우, 이 후보도 선뜻 본선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번 경선에서 선연하게 드러났듯이 한나라당의 주류로 자리매김해온 영남은 이 후보가 아닌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 세력은 아직 이 후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이 세력의 지원을 얻는 것이 이 후보에게 떨어진 1차 과제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도 당시 민주당 주류의 힘을 업지 못하면서 본선 과정이 험난했던 전례가 있다.
이 후보측도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후보도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도 포용을 하고, (여러분도) 그렇게 해줘 모든 것을 관대하게 생각해 반드시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말했다. 이 후보측은 인사, 제도, 정책 등 다 방면에서의 당 화합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최우선 과제는 박 전 대표를 끌어오는 것이다. 핵심관계자는 “반드시 해야 한다. 천고초려라도 해서 모셔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측은 박 전 대표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핵심 멤버들의 영입에도 공을 들여야 할 상황이다. 이들을 내친다면 박 전 대표가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다 정치보복 인상을 줘 역효과가 날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9월로 예정된 선대위 구성과 당직 인사에서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을 껴안는 탕평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무성 유승민 최경환 의원 등 박 전 대표측 핵심 인사들을 선대위 요직에 앉힐 경우 상징성은 더욱 커진다. 이 경우 화학적 결합까지는 안되겠지만 물리적 결합은 이뤄진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이번 경선을 통해 우리는 아마추어이고 오히려 박 전 대표측이 프로라는 게 드러났다”며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내년 총선 공천이다. 공천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박 전 대표측 의원과 당협 위원장들의 동요를 막는 것이 화합책으로는 으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27일 실시될 예정인 원내대표 선거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전 시장측이 박 전 대표측 인사에게 원내대표직을 배려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자연스레 탕평 인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현재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인사는 맹형규, 안상수, 안택수 의원 등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박 전 대표측의 정책 공약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줄푸세’, ‘열차페리’ 등의 박 전 대표측의 대표 공약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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