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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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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의 '굴욕'

입력
2007.08.2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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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가 신규 교수를 임용키로 했으나 ‘적임자’가 없어 단 1명도 채용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학계는 “실력있는 공학자들이 국내 대학을 외면하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사례”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는 9월 1일 발령 예정인 2학기 신임교수 7명(기금교수 1명 포함)에 대한 공개채용을 실시했으나 지원자들이 모두 기준에 못미치는 ‘부적합’ 판정을 받아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서울대 공대가 공채에서 신규 교수를 뽑지 못한 것은 1946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40명 이상 지원…합격자는 ‘제로’

공대 신규 교수 임용 지원자는 다른 대학 교수 등을 포함, 4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는 서류심사 및 심층면접 등의 방법으로 전형을 실시했지만, 함량 미달자들이 속출했다. 심사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논문 등 연구실적이 미비한 지원자들이 태반이었다”며“지원자 중에는 대기업 연구원과 다른 대학 교수들도 있었지만 조건을 충족시킨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지원자들의 실력이 수준 이하였다는 얘기다.

공대의 다른 교수는 “간판만으로는 하자가 없을 것 같았으나 심사와 면접을 진행하자 곳곳에서 흠이 나타났다”며 “절반 정도 떨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전원 탈락 소식에 공대 교수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자연과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자연대 물리ㆍ천문학부는 신규 교수 공채에 3년 넘게 애를 먹다 지난해 가까스로 교수를 뽑았다.

그것도 ‘3학기 연속 신규 채용이 없을 경우 교수 TO(인원배당) 자체를 없앤다’는 규정에 쫓겨 특별채용 형식으로 뽑았다. 오세정 자연대 학장은 “(교수 공채) 지원자 수는 늘었지만 마땅히 채용할 만한 인재는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수준 미달로 교수를 뽑지 못하는 학부(과)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두뇌 유출’ 표면화

서울대 공대의 교수 채용 실패는 이공계 우수 인재들의 국내 대학 외면, 이공계 기피 현상 등 누적된 문제점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학계에서는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고급 두뇌 풀(pool)’자체가 준 데다 그나마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우수 인재들은 국내 복귀를 꺼리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이공계 ‘두뇌 공동화’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5월에 펴낸 ‘신성장동력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공계열 박사 학위를 딴 뒤 현지에 눌러앉은 인재들의 비율은 1992~95년 20.2%에서 2000~03년 46.3%로 급증했다. 사람 수로 따지면 887명에서 2,409명으로 2.7배나 늘어났다. 두뇌유출지수(낮을수록 심각)도 95년 7.53에서 2006년 4.91로 떨어졌다.

국내로 돌아온 이공계 우수 인력도 대학보다는 기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상조 연세대 공대 학장은 “대우가 좋고 연구환경이 뛰어난 기업이나 해외 대학을 선호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공채를 해도 희망 인원의 절반 밖에 뽑지 못한다”고 탄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상시 채용 체제 전환 ▦외국 박사에 초기 정착비용 4억원 지원 조치를 내놓는 등 대학마다 유인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김도연 서울대 공대 학장은 “경쟁력 없는 대학 풍토, 능력과 무관하게 똑같이 대우받는 평등주의의 팽배 등이 이공계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며 이공계 교육 전반의 혁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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