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둔 가정의 입시과외 등 사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이 해마다 25%씩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 재학생의 경우 고교시절 사교육 경험이 없는 학생이 고교 때 내신성적이나 수능 성적이 오히려 앞서는 것으로 조사돼 사교육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발표한 ‘사교육의 효과, 수요 및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가계연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초ㆍ중ㆍ고교 재학생을 둔 가정이 한달 개인교습, 입시 및 보습학원, 예체능계 학원, 참고서 구입 등에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평균 21만5,000원이었다.
이는 월평균 총 소비와 소득의 각각 9.9%, 7.5%, 가구 당 전체 교육비의 65%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1998년의 10만4,000원과 비교해서는 5년 동안 연평균 25%씩 급증했고, 총 교육비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98년 44%에서 2003년 65%로 절반을 훌쩍 넘어 버렸다.
특히 공교육이 질이 부실할수록 과외 수업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돼 공교육 부실이 사교육을 부채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전국적으로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고교생의 거주지역이나 부모의 학력이 동일한 경우, 학교 내 학생들 간의 성적 격차가 크고 전체 평균 성적이 낮은 학교 학생들일수록 과외 수업을 받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교육 열풍의 효과는 미미하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재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이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 경험이 있는 학생보다 수능점수와 내신성적이 더 좋게 나왔다.
사교육 경험이 없는 학생의 고교 내신등급은 1.64로 사교육 경험이 있는 학생 등급 1.90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능점수도 사교육 비경험 학생이 368.73으로 사교육 경험자 362.38점 보다 좋았다.
고려대 김태일 교수는 “특히 고3때의 사교육 경험은 대학 입학 후 학업성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학진학 이후의 학업성취를 고려할 경우 사교육은 사회 전체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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