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21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 첫 걸음을 내디뎠다. 또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당무 데뷔식도 치렀으며 오후에는 곧바로 종교계를 방문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오전 8시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도착한 이 후보를 가장 먼저 맞은 사람들은 강재섭 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였다. 경선후보가 아닌 당 대선후보로서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김덕룡 캠프 공동 경선대책위원장 등 의원 40여명이 도열해 이 후보를 맞았고 경선 후보였던 원희룡 의원과 정책자문단 측근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후보는 일행들과 분향한 뒤 방명록에 '국민의 뜻 받들어 나라경제 살리겠습니다'는 다짐의 문구를 적어 눈길을 끌었다.
측근 의원들과 여의도에서 설렁탕으로 아침 식사를 한 이 후보는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 후보가 당 외곽 생활을 청산하고 대선 후보 자격으로 당지도부와 첫 회합을 하는 자리였다. 당 지도부는 이 후보에게 회의실 중간 좌석을 내주는 등 예우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참 섭섭하고 '이 사람들이 이럴 수가 있나, 경선이 끝나도 못 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경선이 끝나고 발표되는 순간 눈 녹듯 녹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면서 경선 이후 당의 화합을 당부했다. 경선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 "난 그렇게 살지 않았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할 때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났다.
경선과정에서 윤리위 징계를 받은 곽성문, 김무성, 정두언 의원을 사면하는 등 본격적으로 당권을 행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시기적으로 조금 이르다"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반대의견이 나왔지만 이 후보가 강 대표의 사면안 발의에 동조하면서 사면이 결정됐다고 나경원 대변인은 전했다.
이 후보는 또 당 정책위와 정책공약도 조율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정책을 검토할 때 다른 후보들 것까지 모두 모아서 검토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때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의 캠프 사무실을 찾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으나 한 측근은 "오늘 찾는 것은 오히려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면서 부인했다.
오후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용규 대표회장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을 차례로 예방했다. 23일엔 정진석 추기경도 만날 예정이다.
이날 여의도 캠프 내 후보 사무실은 문을 닫았고, 대신 당사에 후보실이 차려졌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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