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이라크 침공 초기, 미군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첨단전투’ 능력을 마음껏 과시했다. 무인정찰기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4여단의 아파치 헬기와 야포가 이라크군의 외곽초소 10여 곳을 정밀공격 하는 순간 3여단의 기갑병력은 이라크 공군기지를 초토화시켰다.
미국은 그러나 하이테크를 바탕으로 한 ‘첨단전투’ 능력을 뛰어 넘어 ‘모듈(Module)형 군(軍)’이라는 새로운 전술 개념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어느 사단 사령관 밑에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완결적인 여단 단위로 모듈형 군을 갖춘다”는 지침에 따라 미군은 육군의 70% 이상을 이런 모듈형 군으로 재편했다.
과거 사단 중심 기본 단위 편제를 독립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한 새로운 전투 시스템으로 무장한 여단급 행동단위(Unit of Actiomㆍ행동부대)로 바꾸는 게 골자다. 미군은 2008년 UA를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다.
한국군도 특정 임무 수행 위한 모듈형 군 집중 육성
우리 군도 미래의 네트워크 중심전(NCW)에 대비하기 위해 대대급 부대를 작전 지역 특성에 맞춰 모듈형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모듈형 군은 특정한 임무수행 능력을 갖춘 기능성 단위 전투부대(모듈)를 집중 육성하고 이 부대를 전장(戰場) 여건에 맞게 조합해 전투효율을 극대화하는 부대 편성이다.
2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합참은 5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NCW 작전환경 하 전술제대 부대구조 연구’를 완료해 국회에 보고했으며, 육군은 이를 재검토한 뒤 연말까지 구체적인 부대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합참에 따르면 모듈화 부대 편성을 위해 대대를 ▦중형(中型)전술차량 부대 ▦차륜형장갑차 부대 ▦산악보병 부대 등으로 특성화한다. 이런 특성을 갖춘 대대를 조합해 보병여단을 평지 지역은 신속한 기동능력을 갖춘 중형전술차량 위주로, 산악지역은 산악 극복 능력을 고려해 경보병 위주로, 도시 지역은 방호 능력이 뛰어난 차륜형 장갑차 위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장 맞춤형 부대 편성으로 전투 효과 극대화
예를 들어 향로봉과 설악산, 점봉산, 가칠봉 등이 줄을 잇는 강원 인제군 산악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육군 2사단 위주가 아니고 각 사단의 모듈형 산악보병 부대를 조합, 긴급 투입해 전쟁을 수행한다. 서울 등 도시지역의 교전은 수개의 차륜형장갑차 대대를 신속하게 여ㆍ사단급 부대로 편성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합참 당국자는 “우리 군은 한국전쟁 당시 체제를 50년 넘게 큰 변화 없이 유지해왔다”며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미국식 기동군의 형태로 전장에 맞춰 신속하게 조합해 높은 전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모듈형 군대를 대대급 단위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해 육군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 육군은 기존 병력을 늘리지 않으면서 전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모듈형 여단을 48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부대는 독자적인 원정군 임무를 맡거나 필요할 경우 사단에 배속돼 다른 부대 또는 해ㆍ공군과 합동작전을 수행한다.
합참은 또 NCW에 대비하기 위해 정보, 지휘통제 등 10개 분야의 새로운 전력화 방안도 제시했다. 정보의 경우 각 부대별 임무와 역할에 부합하는 명확한 무인항공기(UAV)의 운용개념을 발전시켜 우선 전력화하도록 제안했다.
지휘통제분야에서는 NCW 수행에 걸맞은 네트워크 지휘소 운용개념을 정립하고, 기동분야의 경우 디지털 전장 환경을 고려한 한국적 개인전투체계 개념 정립이 요구됐다. 화력분야에서는 감시ㆍ타격 연동체계를 구현할 수 있도록 포병 화력의 자동화 통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ㆍNCW)
전투공간에서 보병과 전투기, 장갑차, 방공체계 등 장비와 병력은 물론 정보와 물자 등 파악 가능한 모든 요소를 효과적으로 연계해 전투력을 높이는 전쟁수행 방식이다.
정보화를 군사 부문에 적용해 정보 탐지, 작전 결정, 목표 타격 등의 작전을 모두 네트워크를 통해 연계, 전투력을 높이는 미래형 디지털전이며, 우리 군은 ‘2020 국방개혁’에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NCW에 대비한 군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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