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다음날인 21일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과 신종대 2차장은 약속이나 한 듯 오전 수사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후보 관련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들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투표의 개표가 이뤄지고 있던 20일에도 별 다른 설명 없이 수사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서울 도곡동 땅 중 일부가 차명재산이라는 결론과 관련한 수사 내용을 추가 공개할 수 있다"며 강공을 폈던 15일까지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이대로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16일부터 감지됐다. 김 3차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눈에 띄게 말을 아꼈다. 17일에는 신 2차장이 경선 전 발표가 예정됐던 공안1부 사건들의 수사결과 발표 시점을 경선 이후로 연기키로 하는 등 자세를 낮췄다.
실제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수사의 '실효성'은 떨어졌고 정치적 부담은 커졌다. 검찰의 중요 타깃이었던 이 후보는 이제 단순한 경선후보 중 한 명이 아니라 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됐다. 경선 전 이 후보 측의 검찰총장 탄핵 등 공세에 대해 '과잉 반응'이라고 혀를 찼을 국민도 이제부터는 검찰 수사에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도 "사실상 수사는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수사팀도 이제부터는 정치적인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언은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도곡동 땅 수사의 경우 "땅 소유주 실체 규명에 나설 수도 있다"며 검찰 스스로 추가 수사의 여지를 남겼다. 특히 이 사안이 이 후보 관련 의혹의 핵심으로 부상한 만큼 범여권에서 추가 고발 등 공세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의 ㈜다스 실소유 의혹과 BBK 주가조작 개입 의혹도 미국에서 체포된 김경준 전 BBK 대표의 국내 송환시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검찰이 공언한 상태다.
공안1부에서 수사 중인 이 후보 캠프와 최태민 보고서 유출, 김해호씨 기자회견 등과의 연관성도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 발표가 불가피하다. 결국 이 후보가 검찰 사정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 여부는 검찰의 이후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검찰 수사와 범여권의 네거티브 공방을 우려한 이 후보 측은 법률지원단을 확대 개편할 방침이다. 이를 우해 기존 지원단 인사들보다 직급이 높은 검사장급 이상을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본인은 고사 중이지만 법무부 차관 지낸 인사도 거론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앞으로는 수세적 자세가 아닌 공세적 입장에서 검증 문제에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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