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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볼 것도 할 것도 없는 부천만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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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볼 것도 할 것도 없는 부천만화축제

입력
2007.08.2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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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일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졸속 전시와 부실 운영으로 관람객을 실망시켰다.

부천시가 5대 문화사업이자 아시아 최고의 출판만화 축제라고 내세우는 이 행사는 올해로 10회에 이르렀음에도 갈수록 퇴보하는 느낌이다.

이번 전시내용은 그야말로 수준 이하다. 복사골 문화센터 1~3층에 설치된 부스는 공방별로 만화습작과 작품 등을 모아두거나 해외로 번역돼 나간 만화작품 몇점을 전시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1층 부스는 만화와 관계없는 문방구와 만화책 판매업자가 대부분 차지했다. 또한 야외 부스에서는 1,000원씩 받고 캐릭터 만들기 등 조잡한 체험행사를 하고,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허접스러운 장난감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주최측이 야심차게 마련했다고 홍보한 기획전시 ‘철인의 꿈, 대한민국 4대 로봇만화전’은 입장료 2,000원이 너무 아까울 정도로 부실했다. 로봇 태권V 등 그림을 벽에 그려놓고 캐릭터 가면 몇 개 갖다 놓았을 뿐이다.

‘빼꼼’이나 ‘로보트 태권V’ 등을 상영하는 행사도 오래 전에 개봉된 영화를 재탕한 것이면서도 가격은 성인 4,000원, 어린이 3,000원씩 받았다.

반면에 편의시설은 거의 없었다.

벤치나 휴식공간을 찾아볼 수 없어 더위에 지친 가족들이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쉬어야 했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는 관람객들과 식당 관계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4,000원짜리 식사는 익지도 않은 총각김치, 밑반찬 두어 개, 밀가루 반죽만 둥둥 뜬 수제비가 다였다.

그나마 오후 1시가 넘어서며 동이 나 관람객들은 냉방시설도 없는 매점 옆 로비에서 컵라면을 먹어야 했다. 몇몇 가족들은 컵라면을 들고 식당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매식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지당하고, 이미 들어간 사람도 식당관계자들이 물컵 등 집기를 쓰지 말라고 눈을 부라리는 바람에 눈치밥을 먹어야 했다.

만화축제는 경기도와 부천시가 각각 2억원씩을 내서 치르고 있다.

하지만 그 행사 어디에서도 부천시가 그토록 자랑하는 문화도시로서의 알맹이와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다. 도대체 시민의 혈세 4억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하고, 내년에도 이런 행사를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최진환 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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