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골이 부러졌다니 얼마나 아팠을까. 다음 세상에서는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하게 사세요.”
19일 오후 충남 천안역 광장에서는 6월 남편에 맞아 숨진 베트남 출신 어린 신부를 위한 추모대회가 열렸다. 천안 아산지역 시민단체와 베트남 결혼이민자를 돕기 위한 기관 등 90여개 단체로 구성된 ‘베트남 여성 후인 마이(Huynh Mai) 사망사건 후속 공동대책위원회’가 마련한 행사였다.
후인은 1월 베트남에서 결혼중개업체 소개로 만난 건설일용근로자인 장모(46)씨와 결혼, 5월 16일 코리안 드림을 안고 입국했다. 그러나 열아홉 살 신부를 기다린 것은 결혼중개업체와 남편이 말했던 장밋빛 결혼생활이 아니었다.
27세 연상의 남편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고, 집도 월 18만원짜리 지하 월셋방이었다. 남편은 “한국어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요청도 외면했고, 바깥출입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달이 지날 무렵, 후인은 남편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남편의 대답은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남편은 후인의 여권을 찢어버리고 살해한 뒤 도주했다. 7월 4일 집주인에 의해 사체로 발견된 후인은 부검결과 24개의 갈비뼈 가운데 18개가 부러져 있었다.
5일 검거된 장씨는 경찰에서 “돈 들여 아내를 데려왔는데 자꾸 돌아간다고 해 홧김에 때렸다”고 진술했다.
후인은 숨지기 하루 전날 남편 앞으로 편지를 한통 남겼다. “나는 지금 너무 슬프다. 나는 좋은 엄마와 아내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남편에게 잘해주고 싶다. 그런데 당신은 왜 무관심해. 베트남에 돌아가면 당신을 용서하겠다.”
후인이 죽은 후 뒤늦게 이 편지가 발견돼 공개되면서 네티즌과 시민단체들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외국인 신부들의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잇다.
공대위는 이날 국제결혼중개업체 관련법안 마련과 지방자치단체의 농어민 국제결혼비용지원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추모비 건립도 추진키로 했다.
천안시 ‘모이세 이주여성의 집’ 여경순 소장은 “후인의 죽음은 이주여성이 가족과 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다문화 정책 등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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