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과학자 양동봉 표준반양자물리연구원장의 ‘제로 존 이론’ 주장에 대해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김재완 교수가 “과학적 검증을 거부하는 과학은 과학이 아니다”라며 유사과학의 위험을 경고하는 글을 보내왔다.
김 교수는 2003년 양 원장이 모 기업에 연구비를 요청했을 때 양 원장을 직접 만나 그의 주장을 검증한 적이 있다. 김 교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타임머신> <백 투 더 퓨처> <스타 트렉> 등 공상과학영화와 소설은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꿈과 희망과 재미를 준다. 그 속에 나오는 과학적인 소재는 그냥 상상의 산물이라고 봐야지 진짜 과학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화예술작품은 일단 만든 이의 손을 떠나면 그에 대한 판단은 평론가만이 아니라 작품을 즐기는 모든 이들의 몫이다. 스타> 백> 타임머신>
수학이나 논리학은 그 자체의 무모순성이 심판관이지만,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의하면 심판관이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도 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자연과학의 진리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기준은 자연의 몫이다. 사람이 옳다고 우겨도 실험이 최종 심판관이다.
얼마 전 한 유명 월간지가, “노벨상 0순위”에 해당하는 업적이라며 자연 상수들을 실험보다 더 정확히 계산해낼 수 있는 수식을 찾아냈다는 양동봉 표준반양자물리연구원장의 주장을 특종으로 실었다.
필자는 4년여 전 어느 기업에 이 주장에 현혹되어 투자를 하는 일이 없도록 조언한 적이 있다. 이 주장을 제기한 양 원장에게는 “학술지 심사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게재 전 논문 형태로 발표하면 자신의 학문적 소유권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과학자들에게 널리 검증받을 수 있다”고 권했으나 거부당했다.
과학적 주장은 동료 과학자들이 재현해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이에 대한 검증은 완전히 열린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인슈타인과 같이 위대한 물리학자의 논문도 게재 거부될 수 있고, 게재돼도 새내기 물리학자에게 비판받을 수 있다. 논문의 학술지 게재는 검증의 끝이 아니라 더 너른 공간에서 검증을 받기 위한 것이다.
과학적 주장은 엄밀한 담금질을 오랜 세월 동안 받은 후 법칙이나 원리, 이론이라는 영예를 받게 되지만, 그 이후에도 검증은 계속되고, 이렇게 마련된 과학체계가 인간 인식의 한계를 넓혀준다.
과학적 검증을 거부하는 주장은 이미 과학이라고 볼 수 없고 사이비과학 또는 유사과학이라고 부른다.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을 확장하여 토션 필드(기존 물리학이 인정하는 4가지 힘 외의 제5의 힘으로, 회전하는 힘을 말함)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입증하고, 이것으로 빛보다 빠르고 거리가 멀어져도 감쇄하지 않는 통신을 하거나 물질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동차 급발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물리학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투자를 받은 적이 있다. 환자의 소변이나 머리카락에서 나오는 양자적 진동으로 병을 검진한다는 양자공명장치가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수련을 받으면 카드나 글을 눈이 아니라 손으로 읽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수련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심리적인 집단압력으로 거짓말을 강요 받는다.
이러한 유사과학의 주장들은 단순한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공상과학영화나 소설과 달리 사회에 큰 해악이 된다. 제대로 된 과학이 존중되면 이런 유사과학에 의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회풍토를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과 교육이 깨어있어야 하고, 과학자들의 용기와 성의가 필요하다. 한국물리학회에서 펼치고 있는 대언론 지원단의 활동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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