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리송한 사람이다. 하는 말마다 진의를 알기 어렵다. 순진해서 그런 건지 뭘 몰라서 그러는 건지 매사 좌충우돌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 얘기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지난번(2002년 6월) 서해교전만 해도 결국 안보를 어떻게 지키느냐 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우리가 한번 더 반성해 볼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비난이 쏟아지자 "서해 상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위한 정치적 노력이 그 동안 부족했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그런 정치적 노력 따위가 문제인가.
■북한이 남북 간 합의와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어기고 핵무기를 개발한 마당에 북한군의 선제공격에 맞서 싸우다 국군 6명이 전사한 방어전에 대해 무엇을, 왜 반성해야 한다는 말일까? 작년 12월 취임 전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발언이 평균 2주가 멀다 하고 대서특필되는 이유는 언론이 말꼬리 잡기를 즐겨서가 아니라 북한에 대한 총체적 인식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어설픈 인식은 "북한이 핵 실험까지 간 것은 빈곤 문제도 하나의 원인", "우리는 북의 빈곤에 대해 3,000억달러 수출국으로서, 또 같은 민족으로서 책임을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같은 엉뚱한 발언으로 나타난다.
■냉철한 정치인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아마 '엉뚱한 친구야'하고 웃을 것이다. 이 장관의 언행을 잘 들여다보면 북한에 대해서는 뭔가 좀더 이해해 주고, 남한에 대해서는 반성 촉구와 비판을 가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평화를 만들거나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가를 깊이 반성할 일이다", "아침 식사비만도 못한 것을 한번 도와주면서 퍼준다고 하는데 주고도 욕 먹는다"같은 주장에 이르면 장관직을 떠나서 어느 나라 사람인지 헷갈린다.
■이런 식이니 보수층에서 친북좌파로 낙인 찍는 것도 마냥 과장만은 아니다. 장관 임명 청문회 때 "6ㆍ25가 남침이냐?"는 단순한 질문에 "이 자리에서 규정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부적절한 답변을 한 이후 8개 월여 재임기간에 그의 언행은 늘 그랬다.
이런 인사가 아직도 대한민국 국무위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한심스럽다. 작년 말 노무현 대통령은 이 장관 임명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내가 그만한 것도 모르고 임명했겠습니까?"라고 했다. 알고 임명했고, 그래서 계속 유임시킨다니 할 말은 없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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